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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학습노트-베트남 주요 역사 인물들(8)

호치민을 자주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길 이름이 익숙해진다. Hai Bà Trưng(하이바쯩), Lê Lợi(레러이), Nguyễn Huệ(응우옌후에), Lê Duẩn(레주언)…. 처음에는 그저 외우기 어려운 베트남어 지명일 뿐이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베트남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다. 길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책처럼 느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은 나라의 기틀을 세운 왕들이다. 리타이또(Lý Thái Tổ)는 1010년 수도를 오늘날 하노이인 탕롱으로 옮겨 천년 수도의 역사를 열었다. 레러이(Lê Lợi)는 명나라의 지배를 몰아내고 후레 왕조를 세웠으며, 호안끼엠 호수의 ‘환검’ 전설로도 유명하다. 그의 뒤를 이은 레타인똥(Lê Thánh Tông)은 법제와 행정체제를 정비하고 영토를 남쪽으로 크게 확장한 베트남 역사상 대표적인 전성기의 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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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와 싸운 장군들의 이름도 곳곳에서 만난다. 응오꾸옌(Ngô Quyền)은 938년 백등강 전투에서 중국 남한의 군대를 물리치며 오랜 중국 지배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 역사에서 을지문덕을 떠올리게 한다.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는 세 차례에 걸친 몽골의 침략을 모두 막아낸 명장이다. 특히 백등강에서 몽골 함대를 격파한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베트남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근현대사의 인물들도 거리 이름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호치민(Hồ Chí Minh)은 도시 이름 자체가 되었고, 레주언(Lê Duẩn)은 통일을 이끈 공산당 지도자로 기억된다. 독립운동가 판보이쩌우(Phan Bội Châu), 젊은 혁명가 리뜨쫑(Lý Tự Trọng)의 이름도 번화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인과 교육자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응우옌두(Nguyễn Du), 교육과 선비 정신의 상징인 추반안(Chu Văn An)의 이름 역시 거리와 공간에 남아 있다.
그리고 베트남 민족정신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하이바쯩(Hai Bà Trưng), 즉 쯩 자매다. 서기 40년 중국의 지배에 맞서 봉기한 두 여성 지도자는 오늘날까지 베트남 최초의 여성 독립 영웅으로 기억된다.
호치민의 거리를 걷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Lê Lợi라는 표지판을 보면 단순한 도로명이 아니라 명나라에 맞섰던 왕이 떠오르고, Trần Hưng Đạo를 만나면 몽골군을 물리친 장군이 생각난다.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익숙해진 거리 이름 하나에 그 나라의 천 년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평범한 골목길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송덕호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