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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서핑 명소 4곳 중 3곳 이상 위기

이청원 · 2026.10.14

세계 서핑 명소 4곳 중 3곳 이상 위기

세계적인 서핑 명소들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개발로 인해 세계 서핑 보호구역(World Surfing Reserves, WSR)에 속한 명소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높은 위험에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 Climatic Change에 게재된 이 연구는 13개 WSR 가운데 11곳, 8개국의 서핑 명소 57곳을 분석했으며, 약 200명의 현지 전문가가 참여했다.

서핑 명소는 해저 지형, 너울의 방향, 조수가 정교하게 맞물려 만들어지는 독특한 해양 현상이다. 공동 저자인 댄 레이너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 요소들이 맞아떨어질 때 파도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수 패턴이 바뀌면서 모래의 이동이 달라지고, 이 미묘한 균형이 깨지면 파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는 영국 데본주 크로이드 해변의 '바잉 배럴', 호주 누사의 포인트 브레이크, 엘살바도르 동부의 오리엔테 살바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의 여러 파도가 꼽혔다. 특히 엘살바도르 동부는 경제 대부분이 서핑에 의존하는 지역이라, 파도의 소멸은 곧 지역 공동체의 생계 위기로 이어진다. 산타크루즈의 서핑 산업은 연간 약 2억 달러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해안 개발의 영향이다. 자연 상태의 해안은 해수면 상승에 맞춰 내륙으로 이동하고 모래를 재배치하며 스스로 적응할 수 있다. 반면 방파제, 돌제, 해안 옹벽 같은 인공 구조물은 모래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막아 해변과 파도의 회복력을 떨어뜨린다. 결국 서핑 명소를 지키는 일은 기후 대응과 함께 자연 해안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해안 관리 정책을 바꾸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이미 일부 지역은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호주 골드코스트는 도시계획법에 서핑 명소 보호 조항을 넣었고, 뉴질랜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서핑 명소를 지정하며, 페루는 '파도 보호법'으로 등록된 명소를 보호한다. 연구진은 현지 서퍼들이 직접 파도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들의 관찰과 지식을 해안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에 참여한 트렌트 호지스 씨는 "파도가 변하면 대개 해변도 변하고 있다는 뜻이며, 그 해변은 서퍼뿐 아니라 모두가 누리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서핑 명소의 소멸은 단순한 레저의 상실이 아니라, 해안이 보내는 기후위기의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