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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오징어 씨 마른다"…2040년대 어획량 '0' 경고, 기후 적응형 어업관리 시급

동해 오징어가 2040년대 사실상 0톤에 수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경대학교와 국립수산과학원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즈(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이 연구는 1993~2025년의 해수온, 대기, 어획량, 해양 성분 자료를 종합 분석했다. 동해는 온난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해역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자연 실험실'로 꼽힌다.
이 연구가 주목하는 대목은 오징어 어획량 급감의 메커니즘이다. 살오징어는 13~23℃의 수온 범위에서 서식하는데, 국내 살오징어 어획량의 85% 안팎을 차지하는 강원·경북·부산 등 동해 연안의 해수온이 오르면서 2020년대 어획량은 1990년대 평균보다 85% 급감했다. 1990년대 연간 100톤이 잡혔다면 2020년대에는 15톤 가량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연구팀은 초여름 라니냐가 강화되면 가을부터 겨울 사이 동해에서 해양열파(Marine Heatwave)가 증폭되고, 이 과정에서 대마난류가 북상해 따뜻한 바닷물이 대거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해양열파 발생 시 동해의 9월 평균 수온은 24.4℃까지 치솟아 살오징어는 급성 고수온 스트레스를 받고, 서식지를 수온이 낮은 러시아 연안 쪽으로 옮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천적의 확산이다. 20~30℃의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방어는 살오징어의 주요 포식자인데, 동해 수온 상승으로 방어 개체수가 늘면서 살오징어 개체군이 이중으로 압박받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고수온으로 서식지에서 밀려나는 현상에 활발한 포식자가 겹치면 어업 붕괴가 급격하게 가속될 수 있다"는 말로 요약했다.
시나리오별 전망은 기후위기 대응의 긴박함을 보여준다. 화석연료 기반 성장이 지속되어 온실가스가 급증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2043년, 중간 수준의 감축이 이뤄지는 SSP2-4.5에서는 2045년에 어획량이 0톤에 도달한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속가능 성장을 가정한 SSP1-2.6에서도 2048년에는 어장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 모델의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2053년 90%의 확률로 0톤에 이른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이 '늦추는 수단'일 뿐 아니라, 감축 속도에 따라 어장 붕괴 시점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환경적 의미가 크다.
환경친화적 관점에서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업의 지속가능성은 어획 규제만으로 확보되지 않으며, 기후 자체를 안정시키는 온실가스 감축과 해양생태계 적응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선제적인 기후 적응형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 주요 해양생태계 역시 유사한 수산자원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은 동해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수온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해양 관측망, 고수온 시기에 맞춘 조업 조정, 어획 대상 전환을 돕는 어업인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이 맞물려야 할 이유다. 오징어 한 마리의 사라짐은 바다가 보내는 기후 신호이며, 그 신호를 얼마나 빨리 읽고 응답하느냐가 동해 어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