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56·66세 폐기능검사 무료화"의 경제학
올해부터 만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한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가 새로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9월 제1차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서 이 같은 도입 방안을 의결했고, 관련 시스템 개편과 건강검진 실시기준 개정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적용된다. 해당 연도에 만 56세 또는 66세가 되는 국가건강검진 대상자는 흉부 X선 검사에 더해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를 함께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책의 배경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 정책을 이해하려면 질병의 비용 구조부터 봐야 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2017년 추산한 바에 따르면 COPD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환자 1인당 비용은 747만 원으로, 허혈성 심질환(256만 원), 당뇨병(137만 원), 고혈압(73만 원)을 크게 앞선다. 고혈압보다 10배, 당뇨병보다 5배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내 40세 이상 유병률은 12.7%로 추정되는 약 359만 명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진단받는 비율은 4%에 그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조기 발견의 공백이 비용을 키운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 논리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고, 한번 손상된 폐는 회복되지 않는다. 급성 악화가 생기면 3.3년 내 사망률이 5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질병이 진행된 뒤에야 진료를 받으면 입원과 중증 치료,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암 같은 합병증 비용이 불어난다. 폐기능검사로 환자를 일찍 찾아내 금연 서비스와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연결하면, 중증화를 막아 장기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정 부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매년 폐기능검사를 시행할 경우 연간 약 116억 6,770만 원이 소요된다. 같은 시기 COPD가 유발하는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 1조 원 이상과 비교하면, 투입 대비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다만 이 수치는 검진 비용만 반영한 추정치이며, 실제 의료비 절감 규모는 조기 발견율과 사후관리 연계 성과에 달려 있다. 발견된 환자가 실제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비용 절감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에서 주목할 장치는 검진과 치료의 연계다. 복지부는 검진 결과 질환 의심자에게 제공되는 진찰비와 검사비 본인부담금 면제 항목에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 확진을 위한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하기로 했다. 폐기능검사로 COPD 의심자가 나오면 최초 진료 때 비용 부담을 낮춰 치료 문턱을 낮추는 구조다. 검사 자체의 비용보다 진단 이후의 이행률이 정책 성과를 좌우하는 셈이다.
결국 이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을 방어하는 예방 투자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성패는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검사를 수행할 전문 인력과 정확도 관리 체계가 갖춰져야 하고, 양성 판정자가 실제로 진료에 이어지는지 추적해야 하며, 대상 연령을 56세와 66세에 한정한 설계가 충분한 조기 발견 효과를 낼지도 지켜봐야 한다. 고령화와 미세먼지 노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 번의 5분짜리 폐활량 검사가 수조 원대 질병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이번 정책의 경제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