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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사라지는 동해안…백사장 침식 넘어 해양 생태계도 흔들린다

동해안의 백사장이 빠르게 모습을 잃고 있다. 파도에 모래가 쓸려 나가면서 해변의 폭이 줄어드는 연안침식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원과 경북 동해안에는 침식이 우려되거나 심각한 상태가 수년째 지속되는 지역이 적지 않아 단순한 해변 경관 훼손을 넘어 연안 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연안침식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전국 368개 조사 지점 가운데 침식 우려 단계인 씨등급이 84곳, 침식 심각 단계인 디등급이 19곳으로 나타났다. 모두 103곳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약 28%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계속해서 우려 또는 심각 단계로 조사된 곳은 55곳이며, 이 가운데 강원 연안이 19곳, 경북 연안이 15곳을 차지했다.
연안침식은 단순히 모래가 줄어드는 현상이 아니다. 파도와 조류, 해류, 바람 등 자연적인 요인과 함께 해수면 상승, 항만과 방파제 등 인공시설물 설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천을 통해 바다로 공급되는 모래가 줄거나 인공시설물이 모래의 이동을 막으면 해안의 자연스러운 모래 순환이 깨질 수 있다.
해변은 관광자원인 동시에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이기도 하다. 모래 해안의 지형과 퇴적 환경이 장기간 변하면 모래 속에 사는 생물과 연안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먹이사슬과 어장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산자원 감소 문제 역시 연안 생태계 변화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도 변수다. 해수면 상승과 해양 환경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강한 파랑과 이상기후가 반복될 경우 연안침식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마다 기상 조건이 달라 침식 정도에도 차이가 나타나는 만큼 특정 요인 하나만으로 침식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수년째 침식 우려나 심각 단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라 일부 해안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안 관리도 단순히 사라진 모래를 다시 채우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래가 어디에서 공급되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항만과 방파제 같은 인공시설물이 해류와 퇴적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동해안의 모래는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다. 해안선을 지키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자연의 완충 공간이다. 눈앞의 백사장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래가 사라지는 원인과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동해안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