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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 관심은 세계 1위인데…한국 투자자는 ‘분산투자’에 취약

박윤석 VP · 2026.10.05

노후 준비 관심은 세계 1위인데…한국 투자자는 ‘분산투자’에 취약

한국 투자자들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노후 준비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투자자산을 여러 곳에 나누는 분산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공적연금에 대한 불안이 개인의 투자 참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투자 방식에서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아문디와 함께 26개국 개인투자자 1만32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코딩 인베스터스 2026’ 조사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의 57%가 은퇴자금 마련을 주요 투자 목표로 꼽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36%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자신의 투자자산이 충분히 분산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그쳐 26개국 중 가장 낮았다. 반대로 28%는 투자자산이 한두 종목에 집중돼 있다고 답했다. 노후 대비라는 장기적 목적과 실제 자산관리 방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한국 가계의 투자 행태가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을 노후 준비 수단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다. 지난해 주식·채권을 노후 준비 방법으로 꼽은 비율은 20대 12.8%, 30대 13.4%로 2011년보다 각각 약 5배 증가했다.

ETF 투자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 투자자의 ETF 보유율은 38%로 글로벌 평균 31%보다 높았다. 다만 ETF 투자 이유로 ‘주변에서 투자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이른바 포모(FOMO)를 꼽은 비율도 19%로 글로벌 평균 12%보다 높았다. 장기적인 자산배분보다는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투자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노후자금은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특정 자산이나 종목에 집중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은퇴 이후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배분 역시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OECD도 한국의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결국 한국의 노후 준비 과제는 ‘얼마나 투자하느냐’에서 ‘어떻게 장기적으로 운용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장기 투자에 맞는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가계의 노후자산을 지키는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