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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10억8천900만개 쓰레기 대란…규제 완화가 빚은 환경 참사

이청원 · 2026.10.07

일회용 컵 10억8천900만개 쓰레기 대란…규제 완화가 빚은 환경 참사

한 해 동안 프랜차이즈 식음료 매장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이 10억8천9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등 24개 주요 브랜드의 통계로, 환경 규제 완화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 중 회수되는 일회용 컵은 4.7%에 불과해 대부분이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협약 브랜드들이 사용한 일회용 컵은 10억7179만728개였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만 5억1065만개가 추가되며, 일회용 컵 사용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일회용 빨대 사용량도 10억2천만개를 넘어서면서 전체 일회용품 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더욱 문제는 이 같은 증가가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2019년 7억7311만개에서 시작된 일회용 컵 사용량은 코로나19를 거치며 2022년 10억3590만개로 정점에 달했다. 2023년에는 9억3989만개로 감소했지만, 2024년 다시 10억개를 돌파했다. 정부의 정책 신호가 일관되지 못하면서 업계와 소비자의 환경 인식이 흔들린 것이다.

정부는 2023년 11월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일회용 종이컵 사용 규제도 철회했다. 이는 2022년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전국 확대하겠다던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제주도의 사례는 규제 완화의 파급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때 96.8%에 달했던 보증금제 참여율이 정부의 방침 철회 후 54.7%까지 급락했으며, 일회용 컵 반환율도 78.5%에서 60.7%로 내려갔다.

일회용 컵 사용량 급증은 탄소중립 목표와도 충돌한다. 그린피스 한국 연구에 따르면 일회용 컵을 다회용 컵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자동차 9만2000대분의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 일회용 컵의 생산·운송·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물질도 무시할 수 없다. 플라스틱 컵의 해양 유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더더욱 심각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자체적으로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GRS는 다회용컵 사용 시 400원 할인, 이디야는 2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도 개인컵 이용 시 400원 할인을 적용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도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규제 정책과 가맹점주의 관리 비용 부담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 강화, 일회용품 유상화, 플라스틱세 도입 등을 제시한다. 소비자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연내 추진하기로 한 순환경제 로드맵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