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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0만개 폐기된 안전모, 다시 '생명' 얻다…순환경제의 첫 사례

산업 현장에서 버려지는 안전모가 다시 안전모로 거듭나고 있다. 수명을 다한 폐안전모를 재활용해 다시 동일 용도의 보호구로 만드는 '폐쇄형 순환(Closed-loop)' 모델이 국가 안전인증(KCs)을 획득함으로써, 환경 친화적 산업 구조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순환경제 구현을 향한 첫 발걸음이다.
한국의 건설 현장은 매년 엄청난 양의 안전모를 폐기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우시산의 조사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 버려지는 안전모는 연간 50만개 이상이 소각처리되고 있다. 국내 산업용 안전모의 연간 생산·폐기 규모가 약 200만개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들 대부분이 적절한 재활용 없이 단순 폐기되고 있다는 의미다. 안전모가 소각될 때 발생하는 대기 오염과 환경 부하는 상당하다.
폐안전모는 기존에는 '폐기물'일 뿐이었다. 한 번 사용을 마친 안전모는 손상, 변색, 기술적 열화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일반적으로 안전모는 3~5년 사용 후 교체되는데, 반복적인 충격과 자외선 노출로 인해 물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한 기술이 등장했다.
안전모 업사이클링은 건설 현장 전체의 폐기물 순환 시스템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 등 건설 폐기물을 재활용해 아스팔트, 벽돌, 시멘트 등 신규 건자재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약 8천만 톤의 건설폐기물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폐콘크리트는 기존에는 단순히 매립되거나 저가로 재활용되었다.
폐안전모 업사이클링의 환경적 효과는 다층적이다. 첫째, 폐기물 소각으로 인한 대기 오염 감소다. 연간 50만개의 안전모가 소각되지 않음으로써 대기 질 개선에 기여한다. 둘째, 원료 채굴과 신규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절감한다. 폐자재를 재활용할 경우 신규 원료 채굴에 비해 상당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2024년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제도적 기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폐안전모·건설 폐기물 수거 인프라의 표준화, 참여 기업 확대, 소비자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 안전보건공단과 우시산은 2026년까지 폐기물 저감·탄소 감축·자원순환 지표 등 성과 측정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건설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의 폐기물 순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버려지는 것으로 여겨진 자원을 다시 생명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