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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화로 해요?"...역설의 역설, 6070 큰손이 홈쇼핑을 살린다

박윤석 VP · 2026.10.09

"누가 전화로 해요?"...역설의 역설, 6070 큰손이 홈쇼핑을 살린다

"요즘 누가 전화로 해요?"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디지털 쇼핑이 일상화된 세상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구식' 채널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바로 60~70대 큰손 고객들의 덕분입니다. 홈쇼핑 업계가 발견한 것은 세대별 쇼핑 행태의 극명한 차이였고, 이것이 예상 밖의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기관들의 최근 데이터는 흥미로운 패턴을 보여줍니다. 20~40대는 홈쇼핑을 '시대에 뒤떨어진 채널'로 인식하며 외면하고 있는 반면, 60~70대는 오히려 홈쇼핑 채널로 회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순 시청층이 아니라 '큰손 구매자'라는 점입니다.

CJ온스타일, GS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사들의 고객 분석에 따르면 60대 이상이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세대의 평균 구매액이 다른 연령층 대비 30~50% 높다는 점입니다. 한 번 구매할 때 깊이 있게 사는 패턴을 보이는 것입니다.

고령층이 홈쇼핑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화라는 채널의 심플함과 신뢰도입니다. 모바일 앱 다운로드, 회원가입, 복잡한 결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전화를 걸면 상담원이 모든 것을 처리해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감입니다. 사기 우려,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 등이 크지 않습니다. 상담원과 직접 대화하며 제품에 대해 물어볼 수 있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구매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세대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안전한 쇼핑 방식입니다.

또한 홈쇼핑 방송 자체가 일종의 '콘텐츠'로 작용합니다. TV를 켜서 제품 설명을 듣고, 호스트와의 상호작용을 즐기는 경험이 단순한 쇼핑을 넘어 '여가'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층에게는 상담원과의 대화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홈쇼핑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점은 6070세대의 실질적 구매력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산이 많고 연금 수입이 있으며, 온라인 쇼핑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 오프라인과 TV 홈쇼핑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건강식품, 의류, 생활용품, 건강기기 등 고령층이 필요로 하는 카테고리에서의 구매 결정력이 뛰어납니다. 한 번 신뢰를 얻으면 충성도가 높고, 반복 구매율도 높은 편입니다. 이는 홈쇼핑사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고객층입니다.

결과적으로 주요 홈쇼핑사들은 콜센터 운영에 더욱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화 상담원 수를 늘리고, 상담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낭비로 여겨졌던 인력 비용이 이제는 필수 투자 항목이 된 것입니다. 동시에 고령층 친화적 TV 방송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호스트의 친절한 설명, 신뢰도 높은 상품 구성, 가족 같은 분위기 연출 등이 전략적으로 계획됩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자동화, 효율화와는 정반대의 방향입니다.

이 현상은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20~40대가 쿠팡, 네이버 쇼핑, 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완전히 적응한 반면, 60~70대는 아날로그 채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뒤처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각 세대의 '선택'입니다. 고령층도 온라인 쇼핑이 가능함을 알고 있지만, 전화 주문이 더 편하고 안심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홈쇼핑의 6070 중심 재편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향후 10년 뒤 현재의 60대는 70~80대가 되고, 그들의 소비력도 감소할 것입니다. 반면 새로운 60대가 디지털 네이티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홈쇼핑의 현재 전략은 "생존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서 명확한 수익원을 확보한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