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19화> 혈육 대신 회사를 택한 창업자 - 유한양행, 100년의 시작

1926년 창업한 유한양행은 승계 연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우리나라 사례다. 창업자 유일한은 혈육이 아니라 회사를 택한 결정들로 유명하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족을 요직에서 물러나게 했고,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전문경영인 승계 체제를 세웠으며,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언으로 보유 주식을 공익재단에 내놓아 소유마저 사회로 돌렸다.
그 뒤로 이 회사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성장한 내부 인재들이 대표를 이어받는 전통을 지켜왔다. 2026년, 그 체제로 창업 100주년을 맞는다. 짐 콜린스가 비전기업들의 공통점으로 꼽은 "리더십의 연속 고리" — 내부 출신이 다음 리더를 키우고, 그 리더가 또 다음을 키우는 사슬 — 의 실물이 여기 있다.
유일한의 선택이 특별한 것은 그것이 감상적인 결단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후계자를 매년 보고하게 한 일본의 한 화학회사, 은퇴를 여러 해 앞두고 후보들에게 대형 사업을 맡겨 공개적으로 검증한 미국의 한 제조회사처럼, 승계 검증의 공통 원리는 강의가 아니라 실전이다. 후보에게 손익 전체를 책임지는 사업을 통째로 맡겨보는 것이다. 손익 전체를 책임져본 사람과 큰 조직의 한 기능만 잘해본 사람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경영자가 된다. 유한양행이 100년 동안 지켜온 것은 특정한 후계자가 아니라, 다음 후계자를 계속 걸러내는 체와 같은 구조였다. 그 체가 정직하게 작동하는 한, 이 회사의 다음 100년도 같은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처: 유한양행 공식 사사(社史) 및 관련 보도 자료;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Built to Last』(1994).
사진: Wellcome Collection / Christof Müller, Wikimedia Commons (CC BY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