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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20화> 세금이 없던 시절 - 백년기업들이 건넌 세 개의 시대

임윤철 · 2026.10.01

<'100년기업' 제20화> 세금이 없던 시절 - 백년기업들이 건넌 세 개의 시대

놀랍게도, 상속세라는 제도 자체가 세계의 100년기업들보다 젊다. 일본이 근대적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05년, 최고세율은 8.5퍼센트였다. 미국의 연방 상속세는 1916년에야 생겼다. 오늘날 미국식 100년기업의 표본이 된 여러 화학·소재·제약 회사들은 전부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창업해, 가장 부서지기 쉬운 시기인 창업자에서 2세로 넘어가는 첫 고비를 무세로 통과했다.

고율의 상속세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생겨났다. 전쟁 비용을 대야 했던 각국은 세율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미국의 최고세율은 2차대전기에 77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이 예외의 반세기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나라가 스웨덴이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던 상속세 앞에서, 이 나라를 대표하는 창업자들이 짐을 쌌다. 세계적 기업을 일군 스웨덴의 기업가들이 세금을 피해 조국을 떠났고, 회사의 본사와 소유 구조도 함께 국경을 넘었다. 회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회사는 떠난다 — 기업가와 함께.

그리고 1970년대부터, 산업의 역사가 긴 나라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영국은 가업 자산의 상속세 부담을 감면하기 시작했고, 프랑스는 가족이 지분을 함께 보유하며 경영을 계속하면 기업 가치의 상당 부분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협약을 만들었다. 스웨덴은 2004년, 좌우가 합의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아예 폐지했다. 지난 50년간, 산업의 역사가 긴 나라치고 가업승계의 세금 문턱을 높인 나라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의 운동장 위에 서 있을까?

출처: 각국 상속세 도입·개정 연혁(공개 세제 자료); 독일가족기업재단 23개국 조사.

사진: Portable Antiquities Scheme /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Wikimedia Commons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