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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22화> 선수가 많아야 경기가 커진다 - 100년기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임윤철 · 2026.10.06

<'100년기업' 제22화> 선수가 많아야 경기가 커진다 - 100년기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3만 달러대의 어귀에서 5만 달러를, 언젠가의 10만 달러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숫자는 구호로 오지 않는다. 국민소득이란 결국 한 나라의 경제주체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합이다. 10만 달러의 시대로 가려면, 경제 생태계에는 무엇보다 경제주체가 많아져야 한다. 소위 선수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가업으로 이어지는 기업은 그 선수들 중에서도 성적이 좋은 선수다. 세계 가족기업 1,000개를 추적한 한 조사에서, 가족기업의 주가 성과는 비가족기업을 연평균 3.7퍼센트포인트 웃돌았다. 유럽에서는 4.7퍼센트포인트, 아시아에서는 5퍼센트포인트 이상이었다. 긴 시계(視界)로 경영하는 회사가 시장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뜻이다. 그러니 가업승계의 길을 넓히는 것은 특정 가문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리그에서 성적 좋은 선수를 붙잡아두는 지극히 합리적인 리그 운영이다.

세계 1위 손톱깎이를 만들고, 40년 동안 한 우물을 파고, 200년 넘게 화학과 소재 사이를 오간 회사들 — 이런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 창업으로 새 선수가 태어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제도는 가장 잘 뛰고 있는 선수에게, 한 세대에 한 번씩, 몸의 절반을 내놓아야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어느 리그도 그런 규칙으로 선수를 지키지 못했다.

100년기업은 한 가문의 영광이 아니다. 한 세기 치의 고용이고, 한 세기 치의 세금이고, 한 세기에 걸쳐 축적된 기술과 신용이 다음 세대로 건너가는 다리다. 잘하는 선수가 계속 역량을 발휘하도록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 — 그것이 이 사회가 할 일이 아닐까.

출처: Credit Suisse Research Institute, 「Family 1000」 보고서.

사진: Erik Drost, "Ancient Olympic Stadium", Wikimedia Commons (CC BY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