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46화> 강철 상자 하나가 세계를 하나로 — 컨테이너

지구 반대편에서 만든 물건을 우리는 싼값에 삽니다. 그 물건이 바다를 건너오는 비용이 놀랍도록 싸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기적을 만든 것이 첨단 기술이 아니라 그저 규격에 맞춘 강철 상자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956년 미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트럭 운수업으로 성공한 말콤 맥린은 젊은 시절 부두에서 오래 기다린 기억이 있었습니다. 항구에서는 배 한 척에 짐을 싣고 내리는 데 며칠씩 걸렸습니다. 인부들이 상자와 자루를 하나하나 등에 지고 배와 창고를 오갔으니까요. 맥린은 생각했습니다. 트럭 짐칸을 통째로, 상자째 배에 실었다 그대로 내리면 어떨까. 그는 규격이 똑같은 강철 상자를 만들고, 그 상자만 얹도록 배를 개조했습니다. 1956년 4월, 컨테이너 쉰여덟 개를 실은 배가 뉴어크 항을 떠나 휴스턴으로 향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짐 1톤을 배에 싣는 데 들던 비용이, 이 상자 방식으로는 수십 분의 일로 뚝 떨어졌습니다. 며칠 걸리던 하역이 몇 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아무 장식도 없는 이 강철 상자가, 바다 건너 물건값의 계산을 통째로 바꿔 버린 것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컨테이너 혁명의 역사를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짐을 나르던 수많은 부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반발했고, 항구마다 상자 규격이 달라 한동안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의 표준 규격에 합의하자, 컨테이너는 폭발적으로 퍼졌습니다. 이 상자 덕분에 신발은 베트남에서, 전자제품은 중국에서, 커피는 남미에서 만들어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우리가 세계화라고 부르는 그 거대한 흐름의 밑바닥에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아무 데나 쌓고 어떤 배든 어떤 트럭이든 실을 수 있는 표준화된 강철 상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24화의 진시황이 도량형을 통일했듯, 맥린은 화물의 규격을 통일한 셈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이자 7부의 시작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인부들이 짐을 하나하나 등에 지고 나르던 부두의 장면은, 크레인이 강철 상자를 척척 쌓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컨테이너의 위대함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단순한 표준에 있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규격을 쓰기로 약속하자, 물건이 국경을 넘는 비용이 사라지다시피 했고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7부에서 우리는 이렇게 세상을 바꾼 물건들을 만납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데이터가 오가는 표준 규격을 쥔 자가 다음 세계화의 강철 상자를 쥐게 됩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마흔여섯 번째 힌트는 이것, 화려한 발명보다 모두가 따르는 단순한 표준을 만드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