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47화> 달콤함의 청구서 — 설탕이 바꾼 세계

커피에 넣는 각설탕 하나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그런데 이 흔하고 달콤한 것이, 한때 금만큼 귀했고 인류사의 가장 어두운 장과 얽혀 있었다면 어떨까요. 설탕의 역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중세 유럽에서 설탕은 왕실의 약재이자 사치품이었습니다. 한 꼬집에 어마어마한 값이 매겨졌죠. 그런데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인들이 카리브해의 섬들에 거대한 사탕수수 농장을 세우면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탕수수를 베고, 짜고, 끓여 설탕으로 만드는 일은 살인적인 중노동이었습니다. 이 노동력을 대기 위해 유럽 상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거래에 손을 댔습니다. 유럽의 총과 직물을 아프리카로 가져가 사람과 바꾸고, 그 사람들을 노예로 아메리카 농장에 팔고, 거기서 난 설탕을 유럽으로 싣고 오는 삼각 무역입니다. 대서양을 건넌 노예가 수백만 명, 그 항해에서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넣는 각설탕 하나에는, 이렇게 달콤함과 함께 지울 수 없는 비극의 청구서가 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방금 본 것은 설탕과 대서양 노예 무역에 관한 역사 기록을 요약한 것입니다. 설탕은 세계 경제를 바꾼 첫 번째 대중 소비 상품이었습니다. 농장에서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되자, 설탕은 왕실의 사치품에서 노동자의 홍차에 타 먹는 필수품으로 내려왔습니다. 값이 싸지자 수요가 폭발하고, 수요가 폭발하자 더 많은 농장과 더 많은 노예가 동원되는 악순환이 돌았습니다. 설탕은 또한 정치도 바꿨습니다. 훗날 노예제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노예제 폐지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사람들은 노예가 만든 설탕을 사지 말자는 불매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사고 사지 않을지로 세상을 바꾸려 한 초기의 사례였습니다. 달콤한 상품 하나가 대륙과 대륙을, 그리고 인간의 양심을 뒤흔든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설탕이 왕실의 약재이던 장면은, 대량 생산으로 누구나 먹는 필수품이 되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그 달콤함의 이면에는 인간을 상품으로 사고판 가장 부끄러운 거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상품의 어두운 진실을 보여줍니다. 어떤 상품은 세상에 편리와 기쁨을 주는 동시에,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파는가만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 파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값싼 편리함 뒤에 누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묻는 일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마흔일곱 번째 힌트는 이것, 무엇을 파는지만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사람들이 점점 더 값을 매긴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British Library (C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