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48화> 찻잎 하나가 부른 전쟁과 명품 범선 — 차의 두 얼굴

따뜻한 차 한 잔은 평화롭습니다. 그런데 이 순한 음료가 한때 전쟁을 부르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범선 경주를 낳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9세기 영국과 중국 사이로 가 보겠습니다.
19세기 영국인은 차에 흠뻑 빠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홍차를 마시는 것이 온 국민의 습관이 되었죠. 그런데 그 차는 오직 중국에서만 났습니다. 영국은 차를 사기 위해 막대한 은을 중국에 갖다 바쳐야 했고, 반대로 중국은 영국 물건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은이 한쪽으로만 쏟아져 나가자 영국은 무역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여기서 영국은 부끄러운 해법을 택합니다.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마약, 아편을 중국에 몰래 팔아 그 돈으로 차를 산 것입니다. 중독자가 늘고 은이 거꾸로 빠져나가자 청나라가 아편을 단속했고, 영국은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아편전쟁입니다. 순한 찻잎 한 장을 향한 욕망이, 마약 밀매와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방금 본 것은 차 무역과 아편전쟁에 관한 역사 기록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를 향한 이 욕망은 놀라운 기술 경쟁도 낳았습니다. 차는 신선할수록 비싸게 팔렸기 때문에, 갓 딴 찻잎을 누가 먼저 중국에서 유럽으로 실어 오느냐가 곧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배 만드는 사람들은 오직 속도만을 위한 날렵한 범선, 티 클리퍼를 만들어 경쟁했습니다. 이 배들은 돛을 잔뜩 달고 지구 반 바퀴를 질주했고, 어느 배가 그해의 첫 차를 먼저 들여오는지를 두고 온 나라가 내기를 걸 만큼 유명한 경주가 벌어졌습니다. 1866년의 그레이트 티 레이스에서는 두 척이 중국에서 런던까지 99일을 달려 불과 몇십 분 차이로 결승선에 들어왔다고 전해집니다. 지금도 런던에 보존된 커티삭 같은 배가 그 시절의 명품 범선입니다. 하나의 기호품을 향한 욕망이 한쪽에서는 전쟁을, 다른 쪽에서는 인류 최고의 범선 기술을 동시에 낳은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조용히 차를 마시던 장면 뒤에서, 대륙 사이에 은이 오가고 전쟁이 터지고 범선이 질주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것이 욕망의 상품이 가진 힘입니다.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 하나는 무역의 흐름을 바꾸고, 국가의 운명을 흔들고, 새로운 기술을 불러냅니다. 좋은 방향으로도, 끔찍한 방향으로도 말입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열망하는 새로운 상품들, 이를테면 반도체나 데이터도 똑같이 무역 갈등과 기술 경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마흔여덟 번째 힌트는 이것, 사람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으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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