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49화> 옷감 한 필이 연 산업혁명 — 면직물의 힘

우리가 입은 티셔츠 한 장은 흔하고 값쌉니다. 그런데 이 부드러운 면직물을 향한 욕망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산업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면 어떨까요. 18세기 영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전까지 유럽 사람들은 거친 모직물이나 비싼 비단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들여온 면직물이 유럽을 사로잡았습니다. 부드럽고, 시원하고, 물빨래가 되고, 알록달록 물들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이 좋은 면직물을 인도의 숙련공들이 손으로 짜서 값이 비쌌다는 것입니다. 영국인들은 생각했습니다. 저것을 우리가 더 싸게 만들 수 없을까. 여기서 잇따라 기계가 발명됩니다. 실을 한 번에 여러 가닥 잣는 방적기, 물레방아의 힘으로 돌아가는 방적기, 그리고 천을 짜는 방직기까지. 사람 손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자, 실과 천의 값이 거짓말처럼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기계들을 한 지붕 아래 모아 물과 증기의 힘으로 돌리는 곳, 바로 공장이 탄생했습니다. 옷감을 더 싸게 만들려는 욕망 하나가, 세상을 바꾼 공장이라는 발명을 불러낸 것입니다.
방금 본 것은 산업혁명 초기의 역사를 요약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기계로 짠 영국 면직물이 쏟아져 나오자, 값에서 상대가 안 된 인도의 손베틀 수공업은 무너졌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인도 면직물 산업이 몰락하고, 영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입니다. 공장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시가 폭발적으로 커졌고, 농촌에서 살던 사람들이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좋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공장의 노동 환경은 가혹했고, 어린아이까지 긴 시간 일해야 했습니다. 45화에서 본 회사, 38화에서 본 대량생산,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바로 면직물을 값싸게 만들려는 이 첫 번째 기계화였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집집마다 손으로 실을 잣고 천을 짜던 장면은, 공장에서 기계가 옷감을 쏟아내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면직물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상품을 더 싸게 만들려는 노력이 때로 세상 전체를 뒤바꾸는 혁명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방적기 하나가 공장을 낳고, 공장이 도시를 낳고, 도시가 근대 사회를 낳았습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의 AI도 지금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무언가를 더 싸고 빠르게 만드는 이 기술이, 면직물 기계가 그랬듯 사회 전체의 모습을 바꿔 놓을 것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마흔아홉 번째 힌트는 이것, 흔한 것을 값싸게 만드는 기술일수록 세상을 가장 크게 바꾼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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