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52화> 21세기의 원유 — 당신이 만든 데이터

우리는 하루 종일 무언가를 남깁니다. 검색하고,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길을 찾을 때마다 흔적이 쌓이죠. 이 흔적, 곧 데이터가 오늘날 가장 값진 자원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데이터 전문가가 오래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 처음엔 그럴듯한 비유로만 들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값진 기업들이 대부분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는지에 관한 방대한 기록을 모아, 그것으로 광고를 팔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흥미로운 것은 데이터가 석유와 아주 다르다는 점입니다. 석유는 쓰면 사라지지만, 데이터는 쓸수록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리고 석유가 정유 과정을 거쳐야 쓸모 있어지듯, 데이터도 그냥 쌓아두면 아무 쓸모가 없고 분석이라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가치가 생깁니다. 원유를 뽑는 것과 그것을 정제하는 것이 다른 일이듯,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그것에서 의미를 뽑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방금 본 것은 데이터 경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자원에는 오래된 상품들과 다른 근본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데이터의 원천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소금이나 석유는 땅에서 캤지만, 데이터는 사람들의 삶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이 자원을 둘러싸고 새로운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내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기업이 내 흔적으로 돈을 벌면 나에게도 몫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30화에서 본 정보의 비대칭이 여기서도 문제가 됩니다. 거대 기업은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정작 나는 내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고, 사람들은 내 데이터의 주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자원이 등장하면 반드시 그것을 둘러싼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는, 이 시리즈가 거듭 보여준 진실이 다시 확인되는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이자 7부의 마무리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소금과 설탕과 석유를 캐던 장면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7부에서 우리는 세상을 움직인 상품들을 만났습니다. 컨테이너가 무역을, 설탕과 차가 제국을, 면직물이 산업혁명을, 석유가 20세기를, 반도체가 21세기를 열었고, 이제 데이터가 그 왕좌를 잇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에는 특별한 숙제가 있습니다. 그 원천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다음 화에서 시작될 8부는 바로 이 데이터와 AI의 시대, 곧 5차산업혁명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쉰두 번째 힌트는 이것, 데이터를 모으는 힘보다 그것에서 의미를 캐내는 힘, 그리고 그 데이터의 주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다음 시대의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