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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55화> 교수님, 그 발견에 특허를 냅시다 — 기술을 사고파는 시장

임윤철 · 2026.10.17

<제55화> 교수님, 그 발견에 특허를 냅시다 — 기술을 사고파는 시장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물었습니다. 화살은 7만 발인데 과녁은 어디에 있는가. 연구실의 눈부신 발견이 어떻게 시장의 제품이 되는가. 이 시리즈 전체의 숙제였던 그 질문의 현장으로 갑니다. 1974년 봄, 미국 스탠퍼드대학입니다.

대학의 기술이전 담당자 닐스 라이머스가 신문을 읽다가 손을 멈춥니다. 이 대학의 코헨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의 보이어 교수가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잘라 붙이는 방법, 곧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기사입니다. 라이머스는 곧장 코헨 교수를 찾아가 말합니다. "교수님, 이 발견에 특허를 냅시다." 교수는 정색합니다. "과학의 성과는 인류 모두의 것입니다. 대학이 장사를 하자는 겁니까?" 라이머스가 답합니다. "특허가 없으면 어느 기업도 이 기술에 큰돈을 걸지 않습니다. 아무나 베낄 수 있는 기술에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으니까요. 인류에게 진짜 선물이 되려면, 이 기술은 팔릴 수 있어야 합니다." 긴 설득 끝에 출원 마감 하루를 앞두고 특허는 접수되었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라이머스와 코헨이 훗날 남긴 회고들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두 교수의 협업 자체도 전설입니다. 1972년 하와이 학회에서 만난 코헨과 보이어는 늦은 밤 델리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앞에 두고 실험 계획을 그렸다고 전해지니까요. 결과는 역사가 됐습니다. 이 특허 하나에 468개 기업이 사용료를 내고 줄을 섰고, 스탠퍼드와 캘리포니아대학은 3억 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렸으며, 보이어 교수는 이 기술로 제넨텍이라는 회사를 세워 바이오산업이라는 산업 자체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1980년, 미국 의회는 이 모델을 나라 전체의 제도로 만듭니다. 정부 돈으로 연구했어도 성과의 소유권은 대학과 중소기업에 주고, 대신 열심히 사업화하라는 베이돌법입니다. 잠자던 연방 특허들이 깨어났고, 대학마다 기술이전 조직이 생겼으며, 한 경제지는 이 법을 지난 반세기 미국에서 나온 가장 영감 넘치는 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 기술이전촉진법으로 이 길을 따랐습니다. 다만 제도만 이식한다고 시장이 서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0여 년의 성적표로 확인하는 중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논문으로 잠들던 발견의 장면은, 값이 매겨지고 계약서가 오가는 시장의 장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코헨의 발견과 제넨텍 사이에는 라이머스라는 중개자가 있었고, 특허라는 재산권이 있었고, 베이돌법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화살이 과녁에 닿으려면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기술의 값을 매기는 평가자, 수요자를 찾아내는 중개자, 위험을 함께 지는 투자자. 5차산업혁명 시대에 7만 발의 화살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 다리 놓는 직업들이야말로 나라가 키워야 할 산업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쉰다섯 번째 힌트는 이것, 기술을 만드는 사람 옆에서 기술이 팔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