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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칼럼]한국의 제조업은 정말 강한가

곽재원 · 2026.10.02

[곽재원 칼럼]한국의 제조업은 정말 강한가

한국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제조 강국이라 불러왔다.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철강 등 세계 정상급 기업을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지난 반세기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가장 강력한 엔진이 제조업이었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한국 제조업은 강한가”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한국 제조업은 대체 불가능한가”를 물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제조업의 경쟁력은 단순했다. 더 싸게,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산하면 됐다. 생산성과 원가, 수출과 시장점유율이 산업의 성적표였다. 하지만 AI 혁명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은 산업의 경쟁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가 ‘기술+자본+노동+가격’의 더하기였다면, 이제는 ‘기술×AI×데이터×에너지×공급망×안보’의 곱하기에 가깝다. 어느 하나라도 결정적으로 부족하면 전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의 가장 큰 자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이다. 반도체 팹과 자동차 공장, 배터리 생산라인과 조선소가 한 나라에 이렇게 밀집한 경우는 드물다. AI 시대에는 이것이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쏟아지는 현실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AI’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공장의 ‘머리’다.

생산 데이터를 누가 지배하고, 공장을 최적화하는 AI와 소프트웨어를 누가 만드는가. 디지털 트윈과 산업용 플랫폼, 클라우드와 로봇 운영체제는 누구의 것인가.

한국은 강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AI가 생산을 돕는 도구에 머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AI가 공장의 두뇌가 되는 순간, 공장은 한국에 있지만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와 지능의 부가가치는 해외 기업에 귀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사이의 격차다. 대기업 하나가 AI 전환에 성공한다고 해서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혁신되는 것은 아니다. 수천 개 협력기업이 함께 디지털화돼야 비로소 ‘챔피언 기업’이 ‘챔피언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에 전력도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배터리 생산시설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산업 경쟁력은 인건비와 토지뿐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을 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비교 대상이다. 일본이 소재·부품·장비와 정밀기술의 ‘깊이’에 강하다면 한국은 대규모 투자와 양산, 세계시장 진입의 ‘속도’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깊이와 속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산업 경쟁력의 기준은 ‘대체 불가능성’이어야 한다. 세계가 한국의 HBM 없이 AI 서버를 만들 수 있는가. 한국 조선소 없이 필요한 LNG선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가. 한국의 기술과 생산능력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가.

한국은 이미 훌륭한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위에 AI와 데이터, 소프트웨어, 에너지 경쟁력을 결합하는 일이다.

정부는 미래 산업의 판과 인프라를 만들고, 기업은 그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 한국 제조업의 목표는 ‘제조 강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계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대체 불가능한 제조 강국’이 되는 것, 그것이 다음 반세기의 과제다.

출처 : 아주경제

링크 : https://www.ajunews.com/view/20260831063745470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