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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초고령 사회의 반전, AI를 학습시키는 '지식 노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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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자 중앙일보 경제면을 덮은 인구 지표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10년 뒤면 10명 중 3명이, 2050년이 되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된다는 통계청의 경고다. 젊은 노동 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이 급증하는 사회는 경제 정체와 생산성 고갈이라는 어두운 시나리오로 연결되기 쉽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인구 구성비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고령 인구를 어떤 생산적 자원으로 재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의외로 강력하게 떠오르는 기술, 바로 인공지능(AI)과의 결합에 있다. 그동안 고령층은 단순한 디지털 소비자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AI 시대로 접어들며 이들의 위치는 '지식 생산자'이자 'AI의 튜너(Tuner)'로 반전될 수 있다. 고령층이 평생 쌓아온 최대 자산, 즉 수십 년간 현장에서 축적된 '암묵지(Implicit Knowledge)'와 실무 직관이야말로 고성능 AI가 가장 목말라하는 고급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우선 산업 현장의 노하우를 AI에 전수하는 '도메인 AI 튜너 및 데이터 검증자' 역할을 들 수 있다. 엔지니어링, 정밀 제조, 농업,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은퇴한 전문가들이 AI 모델의 정밀도를 높이는 미세조정(Fine-tuning)과 맥락 검증에 참여하는 것이다. AI가 모르는 현장의 미세한 변수와 감각을 가르치는 선임 스승 역할을 맡김으로써, 국가 산업 지식의 디지털화와 AI의 실무 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둘째, 피지컬 AI(Physical AI)와 지능형 로봇이 보편화되는 시대의 '원격 감독자(Remote Supervisor)' 역할이다. 공장, 물류, 건설 현장에서 로봇이 구동될 때 완벽한 자동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육체 노동은 어렵더라도 풍부한 위험 관리 경험을 가진 고령자가 원격 모니터링 센터에서 판단을 내리고 조종을 개입함으로써, 로봇의 가동률과 현장 안전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청년 창업가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잇는 'AI 지식 멘토'다. 기술력은 높지만 사업화 경험이나 시장 리스크 대응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AI 분석 도구를 손에 쥔 고령 전문가가 멘토로 나선다면 기술 상용화(Commercialization)의 성공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세대 간의 유기적 지식 결합이 일으킬 혁신 시너지는 결코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초지역 단위의 'Care AI 매니저' 역할이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초기 고령자가 돌봄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지역 내 후기 고령자나 독거노인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관리하는 모델이다. 이는 공공 복지 재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따뜻한 지역 사회 헬스케어 생태계를 완성하는 핵심 축이 된다.
이 모든 구상이 실현되려면 선제적 정책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스마트폰 교육을 넘어 자연어로 AI 에이전트를 다루는 노코드(No-Code) 중심의 역량 재교육(Reskilling)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이 AI에 입력하고 검증하는 지식 데이터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데이터 유통 시장도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고령화를 사회적 비용이나 비극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숙련된 인적 자원의 경험을 AI의 지능으로 재탄생시키는 '디지털 지식 전환'에 성공한다면, 2050년의 대한민국은 역동적인 AI 기반 지식 경제 사회로 다시 한번 도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