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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영국과 한국의 혁신 딜레마-두 기술강국의 서로 다른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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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영국 경제의 성장 해법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혁신은 연구개발비를 늘리거나 스타트업 숫자를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진짜 문제는 세계적 대학과 과학기술, 수많은 스타트업을 보유하고도 이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기업으로 키우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영국은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 세계적 대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기술 등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사업화되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장기 위험자본과 시장이 부족하다. 결국 유망기업이 해외자본에 인수되거나 성장의 중심을 해외로 옮기는 일이 발생한다. 영국은 ‘미래를 발명하는 능력’은 강하지만, 그것을 개발하고 규모화해 자국의 세계기업으로 만드는 힘에는 빈틈이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한국에 비춰보면 상황은 다르면서도 묘하게 닮았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철강 등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공장과 생산현장은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강력한 자산이다. 영국이 혁신의 상류에 강하다면 한국은 산업의 하류에 강한 나라다.
그러나 한국 역시 새로운 세계기업을 계속 만들어내는 데는 과제가 있다. 대기업은 연구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내부에서 연결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기술개발 이후 실증, 첫 고객 확보, 성장자본 조달, 해외시장 진출 단계에서 여러 장벽을 만난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은 기업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윈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AI 경쟁은 소프트웨어만의 경쟁이 아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데이터, 로봇, 제조현장, 자본과 고객이 동시에 결합해야 하는 ‘곱셈의 경쟁’이다. 영국의 AI·소프트웨어 역량과 한국의 반도체·제조·피지컬 AI 기반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것은 기존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업이 계속 태어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의 공장과 데이터를 스타트업의 실증 무대로 개방하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혁신기업의 첫 고객이 되도록 하며, 후기 성장자본과 인수합병 시장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가 혁신의 성적표는 연구개발비나 스타트업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연구가 기술이 되고, 기술이 제품이 되고, 제품이 기업이 되어 세계시장으로 뻗어가는 연결고리가 얼마나 촘촘한지가 중요하다.
영국은 발명하는 능력을 산업화하는 힘을, 한국은 제조하는 능력을 새로운 기업의 탄생으로 연결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기술강국을 넘어 혁신강국이 된다는 것은 발명하고, 만들고, 키우고, 세계시장으로 확장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출처 : 저스트이코노믹스
링크 : https://www.justeconomix.com/ko-kr/articles/153346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