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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가 빼앗아가는 '달콤함'…카카오 위기, 초콜릿 사라지나

이청원 · 2026.09.03

이상기후가 빼앗아가는 '달콤함'…카카오 위기, 초콜릿 사라지나

최근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도, 카페의 생크림도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품귀 현상이 아닙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세계 카카오 생산지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면서, 우리의 일상적 간식인 초콜릿이 '사라지는 식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환경 오염과 과도한 탄소 배출이 초래한 악순환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절박한 위협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세계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빈은 매년 약 500만 톤이 생산됩니다. 전 세계 생산량의 46%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라는 두 나라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근 이 지역이 극심한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카카오 열매에 '검은 꼬투리병'이 확산됐고, 이어진 가뭄은 '카카오 새싹 팽창병'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감염된 나무는 제거하고 새 묘목을 심어야 하는데, 새로 심은 나무가 생산성을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립니다.

결과는 참담합니다. 국제코코아기구에 따르면 2023~24년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은 436만 8,000톤으로 전년도 501만 6,000톤 대비 12.9% 감소했습니다. 카카오 재고는 같은 기간 28% 줄어들어 생산과 재고가 동시에 급감했습니다. 기후 분석 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의 조사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카카오 주요 수확기(10~3월)에 매년 최소 3주 이상 32℃를 넘는 고온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는 카카오 나무의 최적 생육 온도 범위를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등이 피할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2024년 12월 국제 카카오빈 가격은 톤당 1만 2,500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대비 3배, 2022년 대비 2배 이상입니다. 이는 초콜릿 가격에 직결되어 국내 주요 초콜릿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1년 사이 20~3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소비 현장의 변화는 눈에 띕니다. 일본의 주요 백화점들은 초콜릿 대신 쿠키·젤리·카스텔라 같은 대체 상품 비중을 20%까지 확대했고, 일부 초콜릿 제품 가격은 30% 이상 올랐습니다. 국내 편의점도 캐릭터 굿즈를 중심에 두고 초콜릿을 함께 구성하거나 비초콜릿 디저트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간식으로 여겨졌던 초콜릿이 이제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 시스템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전망은 과학적 분석에서 나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지구 평균 기온이 2.1℃만 올라도 2050년엔 카카오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우리가 보유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