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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타고 바다로…세계 미세플라스틱의 96%가 개발도상국에 집중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의 96%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플라스틱은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로 토양과 수로를 타고 해양생태계까지 침투하며, 기후변화와 맞물리면서 환경오염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국가 간 발전 수준의 불평등이 초래하는 구조적 부작용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와 미국 듀크대 등 국제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약 23만 6000톤의 미세플라스틱이 전 세계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됐다. 이는 전 지구적으로 바다로 흘러드는 전체 플라스틱의 4분의 1, 총 미세플라스틱의 9~33%에 해당하는 규모다. 놀랍게도 이 중 96%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섬 지역 등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개발도상국에서 배출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비중이 특히 높다. 비록 이 지역이 세계 육지의 14%에 불과하지만, 강을 통해 바다로 내보내는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강 단위로는 양쯔강이 16%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아마존강(4%), 이라와디강(2%), 바라암강(2%) 순이다. 특히 양쯔강은 담수 유출량이 전세계의 2%에 불과함에도 높은 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을 배출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 가지 주요 요인에서 기인한다. 첫째,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가 많다. 단위 면적당 총플라스틱사용량(TPU)과 관리되지 않은 부적절하게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MMPW)이 전세계 평균의 각각 2.5배, 6배에 달한다. 둘째, 산업화·도시화가 최근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데다 선진국에서 수출된 폐기물을 대량으로 떠안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이후, 선진국의 쓰레기는 동남아시아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셋째, 열대우림 기후의 영향이다. 우기에 내리는 많은 비가 촘촘한 하천망을 타고 흐르면서 미세플라스틱이 강을 통해 해양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높은 기온과 강한 태양 복사로 인해 큰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지는 속도도 가속화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강에서 바다로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는 양의 70%가 우기에 집중된다. 특히 상위 10개 강에서는 연간 유출량의 70%가 집중호우 시기에 나타난다. 단순히 물의 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한꺼번에 강으로 쓸려 들어가면서 농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극심한 집중호우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강해진다는 점이다. 유엔 기후변화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집중호우의 강도는 7% 증가하며, 지구 기온이 4도 올라가면 5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집중호우의 발생 확률이 3배로 늘어난다. 지난해 11월 동남아시아의 폭우·대홍수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거나 재활용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접근성 개선, 기초 인프라 확충, 폐기물 수거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선진국 중심의 플라스틱 정책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불평등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60년까지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행동하지 않으면 환경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