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고물가에 '대용량 장보기' 확산… 창고형 할인점 결제액 역대 최대

물가 부담이 길어지면서 단위당 가격이 싼 대용량 상품을 한꺼번에 사두는 '벌크 소비'가 늘고 있다. 그 덕에 창고형 할인점이 유통업계에서 드물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앱·결제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9월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신용·체크카드 합산 결제추정금액은 1조45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 20.8% 늘었다. 2024년 9월 1조1200억 원, 지난해 9월 1조2000억 원에 이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생활물가는 2.5% 올랐다.
실적도 좋다. 트레이더스의 올해 상반기 총매출은 2조529억 원으로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824억 원으로 1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대형마트 부문 매출 증가율이 0.2%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2025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매출이 7조3220억 원으로 12.1% 늘었고, 영업이익은 2545억 원으로 16.5% 증가했다.
시장 판도도 바뀌고 있다. 2021년 12월 대형마트 결제액을 100으로 놓으면 창고형 할인점은 74.2에서 지난해 12월 147.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87.5로 떨어졌다. 오프라인 리테일 결제액에서 창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서 10%로 올랐고, 대형마트 비중은 6.7%포인트 낮아졌다. 대용량 신선식품과 트레이더스 자체브랜드(PB) 'T스탠다드'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가성비를 찾는 수요를 보여준다.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은 객단가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2024년 1~9월 창고형 매장의 방문당 평균 지출은 8만7932원으로 대형마트(3만8366원)의 약 2.3배였다. 차로 1시간 거리까지 광역 상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도 사업성이 나온다는 분석이다.
출점 경쟁도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2027년 11월 익산점, 2028년 순천점 개점을 추진하고, 제주 출점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연말 의정부점에 이어 내년 하반기 원주점을 연다. 지방 출점은 2021년 부산 연산점 이후 6년 만이다. 업계는 홈플러스 사태로 장 볼 곳이 마땅치 않은 지역이 늘어난 점도 새로운 변수로 본다.
다만 과제도 있다. 지역 상권의 반발과 건축비 상승이 출점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실제로 코스트코 제주점은 같은 이유로 한때 계획이 전면 중단됐다. 고물가가 꺾이면 벌크 소비 수요가 얼마나 유지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 패턴이 자리 잡으면서, 창고형 할인점은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 축으로 올라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