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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 따로 버리면 재활용률이 달라진다

우유팩과 두유팩, 주스팩 같은 종이팩은 ‘종이’로 보이지만 종이류에 섞어 버리면 재활용이 어렵다. 안쪽에 방수·보존을 위한 코팅층이 있어 일반 폐지와 처리 공정이 다르고, 내용물 잔여물이 남으면 폐지 전체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종이팩을 따로 배출하는 습관 하나가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고, 새 펄프 사용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생활 실천으로 꼽힌다.
종이팩은 원료로 보면 고급 펄프 비중이 높아 분리만 제대로 되면 화장지나 키친타월, 각종 위생용 종이 제품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분리배출’이 아니라 ‘분리수거’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종이류 배출함에 함께 들어간 종이팩은 선별 과정에서 오염물로 분류돼 소각·매립으로 향하기 쉽다. 시민이 제대로 버려도 수거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선의가 낭비되는 구조다.
배출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내용물을 비운 뒤 물로 한두 번 헹궈 잔여물을 없애고, 물기를 빼 말린 다음, 최대한 납작하게 펴서 배출하면 된다. 빨대나 비닐 뚜껑, 캡이 붙어 있는 제품은 가능한 분리해 각각 재질에 맞게 버리는 게 원칙이다.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있는 아파트나 학교, 주민센터, 대형마트·편의점의 회수함을 이용하면 가장 확실하다. 전용 수거함이 없다면 지자체 분리배출 안내에 맞춰 종이팩을 별도로 묶어 내놓는 방식이 권장된다.
생활 실천만 강조하는 캠페인은 한계가 뚜렷하다. 종이팩은 배출량이 크지만 부피가 커 수거·운반 효율이 낮고, 전용 수거망이 촘촘하지 않으면 분리배출 참여가 쉽게 꺾인다. 지자체는 전용 수거함 설치를 늘리고 수거 주기를 안정화해야 한다. 유통사는 매장 내 상시 회수함을 확대하고, 회수량에 따른 포인트 적립 같은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는 세척이 쉬운 구조, 분리가 간편한 마개 설계, 재활용 공정에 유리한 소재 선택 등 ‘버리기 쉬운 포장’으로 책임을 나눠야 한다.
종이팩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다. 헹구고, 말리고, 펴서, 따로 내놓는 네 단계만 지키면 종이팩은 다시 종이가 된다. 분리배출은 개인의 양심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시민의 실천이 헛되지 않도록 수거·선별·재활용 인프라를 함께 키우는 일이 지금 필요한 환경정책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