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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전기차 폐배터리 ‘공공 유통 허브’로 자리잡나

전국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 등 신종 폐자원의 회수·평가·보관·매각을 맡는 공공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폐배터리 발생이 늘자, 정부가 민간 유통체계가 자리 잡기 전까지 안전관리와 거래 기반을 공공이 떠받치겠다는 취지다.
거점수거센터는 수도권(경기 시흥), 충청권(충남 홍성), 호남권(전북 정읍), 영남권(대구 달서) 등 4개 권역에 설치돼 한국환경공단이 운영을 맡는다. 센터는 폐배터리 반입검사, 잔존용량·수명 등 성능평가, 보관, 민간 매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2021년 준공 당시 총사업비는 171억 원으로 소개됐고, 수도권 센터는 배터리 1,097개 동시 보관 규모로 설계됐다.
핵심은 ‘비반납 대상’ 배터리 유통 지원이다. 2021년 이전 구매보조금 적용 차량은 폐차 때 배터리 반납 의무가 있지만, 2021년 이후 차량은 의무가 없어 민간 거래로 흘러간다. 문제는 다수 폐차장이 보관시설과 성능평가 장비, 매각 시스템이 부족해 배터리가 장기간 방치되거나 가치평가 없이 헐값에 처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당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2025년 9월 ‘비반납 대상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해 거점수거센터가 입고·평가·보관·매각을 대행하는 시범사업을 내놨다. 배터리 1대당 성능평가·보관 등에 약 64만 원이 든다는 점을 들어, 시범사업에서 폐차장 부담 수수료를 면제해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국 거점’이라 부르기에는 촘촘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개 권역 체계는 광역 단위 접근성은 확보했지만, 실제 발생지(폐차장)에서 센터까지 운송 과정이 길어질수록 화재·누액 등 안전 리스크와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배터리 상태·등급 평가가 매각가격을 좌우하는 만큼, 평가 기준의 표준화와 결과 신뢰성도 시장 형성의 관건이다. 공공이 매각을 대행할수록 거래 데이터 공개 범위와 가격 산정 방식의 투명성 논쟁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도 제도 확장을 예고했다. 2025년 9월 입법예고된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개정안에는 거점수거센터 취급 대상을 기존의 전기차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에서 수소차 연료전지, 풍력발전기, 전기차 인버터·모터·감속기 등으로 넓히고, 설립 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거점 기능을 지역 산업화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거점수거센터가 ‘안전’과 ‘유통’을 동시에 책임지는 만큼,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권역 4곳 체계를 유지하되 지자체가 추가 거점을 늘릴 수 있도록 설치 기준과 국고 지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배터리 이력 추적과 성능평가 결과를 표준 포맷으로 공개하는 디지털 관리체계를 강화해 불투명 거래를 줄여야 한다. 셋째, 폐차장 단계에서의 임시보관 안전기준과 교육을 확대해 “발생지 방치→사고”를 줄여야 한다. 공공 거점이 민간 시장을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민간 순환이용 산업이 자립하는 ‘징검다리’가 되려면 운영 데이터와 기준을 시장에 더 과감히 개방하는 방식의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