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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배관 없는 아파트 시대 개막...내년부터 신축 단지 히트펌프 실증 본격화

이청원 · 2026.08.10

가스 배관 없는 아파트 시대 개막...내년부터 신축 단지 히트펌프 실증 본격화

국내 주거 구조의 혁신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신축 아파트에 전기 기반 히트펌프를 적용해 가스 배관을 완전히 제거한 친환경 주택 보급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건물 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으로, 국내 주거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동주택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공동주택이 국내 주거형태의 약 80%를 차지하는 만큼, 공동주택의 냉·난방 전기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축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공기열 및 수열 기반 히트펌프 실증사업을 추진하며, 공동주택에 적합한 설계기준 마련에도 착수했다.

이번 정책 추진의 배경은 명확하다. 기존 가스 보일러는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난방을 제공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한다. 반면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공기, 물, 땅의 열을 이용해 냉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가스 보일러 대비 2~5배 높은 에너지 효율로 같은 열량을 공급하면서도 직접 배출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이는 건물 부문 탄소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히트펌프 도입의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했다. 집단에너지 공급 지역에서 기존 지역난방 외에도 히트펌프를 주열원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열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건축·기계·전기 분야의 설계 기준도 히트펌프 중심으로 개선하고, 실제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준 설계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초기 투자비 부담 해소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공동주택 히트펌프 실증사업 예산 확보를 검토 중이며, 히트펌프 기반 저탄소 공동주택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 온실가스 감축량의 배출권 자산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고효율 설비 설치 시 용적률·높이 제한 완화, 히트펌프 설치 공간 제외 등 건축 인센티브도 검토하고 있다.

건설사와 제조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사는 공동주택 전용 히트펌프 모델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용인 테스트베드에서 냉난방·급탕 통합 히트펌프 실증을 진행 중이며 2028년 이후 프로젝트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LH공사는 사천·광주 지역의 공공주택에 공기열 히트펌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한다. "한국형 공동주택 히트펌프 솔루션이 정착되면 국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2030년부터 신축 주택의 히트펌프 의무화 추진도 검토 중이며,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가정에서 연장 코드처럼 외벽에 매달린 노란 가스 배관을 보기 어려워질 것 같다. 깨끗한 하늘과 탄소중립 사회로 향하는 길에 가스 배관 없는 아파트가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