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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심한 폭염·가뭄으로 감자 부족 사태...기후변화의 '식량 위협' 현실화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유럽을 감자 부족 사태에 빠뜨렸다. 비영리단체 에너지·기후정보부(ECIU)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인한 감자 생산 손실 규모는 약 310만 톤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4억~6억 2천만 유로(약 6,346억~9,836억 원)에 이른다. 극한 기후가 인류의 식량 안보를 어떻게 직접적으로 위협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유럽의 최대 감자 생산국인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의 감자 생산량은 지난해 2,730만 톤에서 올해 1,950만~2,050만 톤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1년 만에 사상 최고에서 사상 최저로 반전되는 극단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수확량이 3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22년 극심한 가뭄이 있던 해를 제외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프랑스 북부 아라 지역의 상황은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6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77일간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고, 8월에는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거의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이 지역 농민 장폴 달렌은 "감자가 생육을 멈췄다"고 진술했으며, 생산량 급감을 넘어 감자의 크기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감자 부족의 문제는 단순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감자의 품질까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감자 가공업체들은 일반적으로 50밀리미터 이상의 큰 감자를 요구한다. 그러나 올해는 많은 지역에서 생산된 감자의 대부분이 40밀리미터 이하로 축소됐다. 벨기에 동부 리에주의 농민 마티유 코민은 "평소 같으면 현재 크기의 4배는 돼야 한다"며 바짝 마른 토양에서 탁구공 크기의 감자를 캐내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감자튀김의 크기 감소와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벨기에의 유명 감자튀김 가게 메종 앙투안은 "근래처럼 날씨 변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감자튀김용으로 완벽한 감자를 찾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 벨기에가 연간 처리하는 600만톤 이상의 감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이는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극한 가뭄은 단순히 수량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토양 건조도가 극도로 높아지면서 토양의 미생물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감자는 생육 과정에서 토양의 유기물과 미생물이 필수적인데, 장기간의 건조 환경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는 향후 수년간 이 지역의 농업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집중호우는 토양 유실을 가속화하고 토양 구조를 교란시킨다. 2018년 이후 북서유럽은 4번의 가뭄으로 인한 감자 작황 부진과 습한 겨울과 봄이 반복되면서 극한의 기후 변동성 속에서 농업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식량 안보의 위협과 경제적 파급
올해 겨울과 내년 봄까지는 지난해 과잉 재배 시기의 남은 재고로 어느 정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활절 이후부터는 슈퍼마켓 선반의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작황 감자의 가격은 톤당 약 250유로에 이르러 1년 전 30유로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감자농 대부분이 계약 기반 선금 판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가뭄 이전에 합의된 저가로 잠금된 농민들은 가격은 낮은 채 생산량까지 줄어드는 이중 타격을 입고 있다. 이는 개별 농가의 경제적 위기로 시작해 유럽 전역의 식품 공급망 불안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가 만드는 극한 기후의 빈번함과 강도의 증가다. 감자는 유럽에서 가장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 중 하나인데, 연이은 폭염과 가뭄은 이 작물에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이러한 극한 기후 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