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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용 K-푸드, 역발상 마케팅 성공... 희소성으로 매력 극대화

정원연 · 2026.09.10

해외 전용 K-푸드, 역발상 마케팅 성공... 희소성으로 매력 극대화

한국 기업이 만들었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해외 전용 상품'들이 새로운 소비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베트남에서만 판매되는 오리온의 쌀과자 '안'과 양산빵 '쎄봉', 일본 전용 농심 '삼계탕 사발면' 등이 한국인 여행객들의 귀국 선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SNS를 통해 국내 소비자까지 파급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경제적 의미는 상당히 무겁다. 과거 해외 시장은 단순히 국내 제품의 판매처로만 기능했다면, 이제는 현지화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혁신 기지'로서 기업의 수익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리온의 베트남 시장 '안'은 지난해 매출 800억 원을 넘겼으며, 쎄봉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단순한 수출 제품이 아닌 현지 문화와 소비 패턴을 반영한 신제품이 글로벌 매출의 핵심 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SNS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농심의 삼계탕 사발면은 일본 여행객들의 게시물을 통해 국내에 입소문이 났고, 결국 쿠팡과 자사몰에서 한정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 한정 물량이 10분 만에 품절되었으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의 3~4배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희소성'이 소비 욕구를 얼마나 강력하게 자극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을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각각의 고객층을 최적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성공이 곧 국내 마케팅 효과로까지 전환되는 시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역수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태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개발되어 인기를 얻었고, 이에 따라 국내에도 정식 출시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팔도와 hy의 글로벌 브랜드 '아리'는 미국 월마트 출시 후 BTS 멤버들의 SNS 인증으로 국내 관심을 끌었다. 이는 글로벌 트렌드 주도권을 한국 시장이 갖고 있다는 신호이자, 기업들의 다층적 시장 진입 전략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식문화 조사에 따르면, 30대 응답자의 56%가 '해외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을 한국에서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여행과 SNS를 통한 경험이 구매력으로 직결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정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현지화 제품 개발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국내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국내 수요가 발생하면 이를 공급하는 탄력적 공급망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K-푸드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과거 일방향 수출 모델에서 벗어나 양방향 수익 창출 구조로 전환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 자동으로 국내 자산화되는 효율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뜻이다. 더불어 여행 수요 증가, SNS 마케팅의 강화, 온라인 커머스의 발전이 맞물리면서 해외 전용 상품이 국내 시장까지 연결되는 완전한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다.

결국 '해외 전용 K-푸드'라는 개념 자체가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증거이자, 국내 소비자의 해외 경험이 구매력으로 직결되는 새로운 경제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식품 업계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같은 '역발상 마케팅' 전략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