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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넘어 ‘기기’로…판 커진 뷰티 디바이스, 제약·가전까지 뛰어든다

정원연 · 2026.01.28

화장품 넘어 ‘기기’로…판 커진 뷰티 디바이스, 제약·가전까지 뛰어든다

집에서 피부과 시술을 ‘비슷하게’ 따라 하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고주파(RF)·중주파(EMS)·초음파·LED·마이크로전류 등 자극 기술을 앞세운 홈케어 기기가 화장품의 다음 성장축으로 떠오르면서, 전통 뷰티 기업은 물론 제약·가전 기업까지 사업 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시장 전망치는 이미 ‘확장 국면’을 가리킨다.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약 5000억원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커졌고, 2030년 3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도 가파르다. 삼일PwC경영연구원 ‘K-뷰티 산업의 변화’ 보고서 인용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22년 140억달러에서 2030년 89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성장 동력은 명확하다. 첫째, ‘시간·비용 절감’에 민감한 소비가 홈케어로 이동했다. 둘째, K-뷰티가 미국·일본 등에서 브랜드 파워를 쌓으면서 기기까지 동반 확장하는 흐름이 생겼다. 셋째, 기기와 화장품을 묶는 ‘세트 판매’가 반복 구매를 만들면서 기업 입장에선 수익 모델이 두꺼워졌다. 실제로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에이지알’은 2026년 1월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 600만대를 넘어섰다고 공개됐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효능 과장’과 ‘안전 사각지대’가 동시에 커진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가정용 이·미용기기 피해구제는 2021년 109건에서 2024년 248건으로 늘었고, 2025년에도 7월까지 156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분류 체계가 기술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체에 직접 쓰는 기기임에도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은 제품 상당수는 KC 인증만 거치면 유통이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규제의 단절도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의 안전기준’에 가정용 미용기기 부속서를 두고 고시를 개정한 바 있지만, 적용 범위와 시장 현실 사이 간극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생활용품’과 ‘의료기기’ 경계는 흐려지고, 그 틈에서 소비자는 광고 문구에 기대 구매했다가 화상·통증·피부 트러블 같은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

해법은 단속 강화 같은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기기 유형별로 최소 안전 기준과 시험 항목을 세분화해 ‘KC만으로는 부족한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주름 개선” 같은 표현을 쓰는 제품은 인체적용시험 등 근거 수준을 표준 라벨로 표시해 소비자가 비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판매 이후 이상사례(부작용) 보고와 리콜 공지의 투명성을 의무화해 사후 감시를 촘촘히 해야 한다. 넷째, 기업은 ‘기기+화장품’ 결합 판매에서 더 나아가 사용법 교육, 금기사항 안내, 부품·소모품 관리까지 포함한 책임 있는 서비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

뷰티 디바이스는 K-뷰티가 ‘제품’에서 ‘기술’로 확장하는 시험대다. 시장 확대 자체는 기회다. 그러나 안전과 효능의 최소 기준이 정교해지지 않으면 성장의 과실은 기업이 가져가고, 비용은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 ‘커진 판’에 걸맞은 제도와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