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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집어삼킨 ‘쓰레기 산’…떠밀려온 폐기물이 관광·어업까지 흔든다

섬이 ‘청정’의 상징에서 ‘쓰레기 집적지’로 바뀌고 있다. 파도와 바람, 장맛비가 떠밀어 보낸 해양쓰레기가 해변과 항·포구에 쌓이면서 일부 섬은 사실상 거대한 쓰레기 산이 되는 양상이다. 수거 인력과 처리 시설이 부족한 섬 지역 특성상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악취와 경관 훼손, 어구·선박 손상, 관광 위축까지 연쇄 피해가 이어진다.
현장에서는 “섬이 바다의 최종 종착지”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는 해양쓰레기 비중이 유독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옹진군이 처리한 해양쓰레기 가운데 연평도 물량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된 사례도 있다. 유입 규모가 섬 단독 대응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제주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제주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가 7만6천t을 넘는다는 보도와 국회 자료 인용이 잇따랐다. 연간 수거량이 매년 1만t 안팎으로 반복되며 ‘치우면 또 쌓이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문제의 규모와 변동성을 인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변경과 관련해 2018~2024년 발생량 추정치를 제시하며 연도별 편차가 크고 강수량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비가 많이 오는 해, 하천·배수로를 타고 생활폐기물과 농업·영업 폐기물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고, 조류를 따라 섬으로 재집결하는 흐름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문제의 핵심은 ‘수거’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섬은 반입·운반 비용이 높고 처리 시설도 제한적이다. 육지에서 발생했거나 외부에서 흘러온 쓰레기까지 섬이 떠안는 구조가 굳어지면, 주민 부담은 커지고 행정은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갇힌다. 해양쓰레기가 생태계와 먹이사슬에 위협이 된다는 국제적 경고도 계속 나온다.
대안은 분명하다. 첫째, 바다로 나가기 전 단계에서 육상 유입을 줄여야 한다. 하천·배수로 차단망, 우수(빗물) 관로 거름시설, 장마철 집중 포집 체계를 상시화해야 한다. 둘째, 비용 분담 원칙을 재설계해야 한다. ‘피해 지역=부담 지역’이 아니라, 발생지·유통·소비·어업·관광이 함께 책임지는 광역 분담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어구·포장재 같은 상습 품목은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고, 보증금·회수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수거 데이터와 유입 경로를 공개해 지자체 간 책임 공방을 줄이고, 예산을 ‘많이 쌓인 곳’이 아니라 ‘많이 흘려보내는 곳’을 줄이는 데 우선 투입해야 한다.
섬의 쓰레기 산은 단순 미관 문제가 아니다. 해양 생태와 지역경제, 국가의 해양관리 역량을 동시에 시험하는 경고등이다. 이제는 “치우자”를 넘어 “흘러들지 않게 막고, 책임을 나누자”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