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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지소 ‘탈탄소’ 흐름 타고…정부, 재생에너지 시대 대비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 속도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가 탈탄소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춘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앙집중형 전력망을 양방향·지능형 체계로 바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계통 수용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계획의 중심은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K-Grid)’이다. 태양광·풍력 같은 분산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DR) 등을 인공지능(AI)으로 통합 제어해 전력의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모델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의 배전망을 실험 무대로 삼는다. 정부는 2025년 7월 전남을 시작으로 광역 단위 실증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지역 내에서 우선 소화한 뒤 남는 전기를 송전망으로 보내는 ‘양방향 계통’ 운영을 목표로 제시했다.
제도 기반도 깔렸다. 2024년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분산자원의 확대와 특화지역 지정, 요금·시장 제도 개선의 근거를 마련했다. 특화지역에서는 전기사업·전력시장 규제를 일부 완화해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의 직접 거래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허용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정부는 이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실증과 연계해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공개해 왔다.
요금 체계도 ‘지산지소’ 유인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분산에너지법은 송·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정부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방안을 설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소가 밀집한 비수도권과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비용 구조 차이를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논리다. 다만 산업계 부담과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어 세부 기준이 정책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계통 병목’이다. 분산형 전력망이 지역 내 수급 균형에 도움을 주더라도, 장거리 송전이 필요한 구조가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부 역시 서해안 HVDC 등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제시하며 융통선로 구축과 기존선로 고도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둘째, 분산자원이 촘촘히 연결될수록 사이버보안·데이터 무결성 리스크가 커진다. 전력망이 디지털화될수록 공격 표면이 넓어지는 만큼, 실증 단계부터 보안투자와 표준화가 따라붙어야 한다.
정책의 설득력을 높이려면 보완책도 구체화해야 한다. 지역별 요금제는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누가 어떤 혜택을 받는지’를 수치로 공개해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분산특구는 규제완화만 앞세우기보다 주민수용성, 환경영향, 계통안정 기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화해 ‘지역 이익공유’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배전망 투자, ESS 안전기준, VPP(가상발전소) 정산·책임 구조 같은 실무 설계가 미흡하면 ‘지산지소’는 구호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