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X
벼 ‘gs3’ 유전자, 뿌리 미생물 바꿔 메탄 배출 최대 24% 줄였다…논에서 시작된 기후해법

벼의 특정 유전자 변이가 뿌리 주변(근권) 토양 미생물 구성을 바꿔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최대 24%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쌀 재배는 전 세계 농업 메탄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그동안 물 관리나 비료 조절 같은 ‘재배법 처방’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성과는 작물 유전형이 근권 생태계를 재구성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벼 뿌리에서 나오는 **삼출물(뿌리 분비물)**이다. 논의 혐기성 환경에서 메탄을 만드는 고세균(메탄생성균)은 이 삼출물을 ‘먹이’로 삼는다. 국내 농촌진흥청은 ‘gs3’ 유전자를 활용한 계통(품종)이 뿌리에서 메탄생성균의 먹이가 되는 물질 방출을 줄여 메탄 발생을 낮춘다고 설명해 왔다. 최근에는 국제 학술지에서도 gs3 대립유전자와 저질소 조건이 결합될 때 근권 미생물군이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그 과정이 메탄 저감과 연결된다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환경적 의미는 분명하다. 첫째,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단기간(20년 기준) 온난화 영향이 큰 기체로, 논 메탄을 줄이면 단기 기후위기 완화 효과가 크다. 둘째, 유전적·생태적 접근은 농가의 노동 부담이 큰 물 관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농진청은 해당 유전자를 전통 육종으로 도입한 저메탄 품종 실증을 진행하고, 비료 투입을 줄이는 조건에서 감축폭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후해법’으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메탄 배출은 토양, 기후, 수위, 유기물 투입, 품종, 지역 관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연구·실증에서 확인된 감축률이 전국 논으로 확산될지, 수확량·품질·병해충 저항성 같은 농업적 성능과 충돌하지 않는지까지 장기·다지역 검증이 필요하다. 근권 미생물군 변화가 토양 탄소 저장이나 아산화질소(N₂O) 같은 다른 온실가스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봐야 한다. ‘메탄만 줄이고 다른 배출이 늘면’ 총량 감축 효과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측면의 과제도 뚜렷하다. 첫째, 저메탄 품종과 저비료·물 관리 같은 재배기술을 패키지로 보급해야 한다. 품종만 바꿔선 농가의 체감 이익이 작을 수 있다. 둘째, 저탄소 쌀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배출 감축을 측정·보고·검증(MRV)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감축량이 인증되면 탄소중립 예산, 공공급식, 친환경 직불과 연동할 수 있다. 셋째, 종자 보급과 기술지도는 중앙-지방-농협-민간 유통망이 얽힌 영역이다.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범사업의 성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성과는 논 메탄 감축을 ‘관리의 문제’에서 ‘생태계 설계의 문제’로 확장시킨 신호탄이다. 유전자를 바꿔 뿌리 주변 미생물을 바꾸고, 그 변화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접근은 농업이 기후위기의 가해자라는 낡은 프레임을 넘어 농업이 기후해법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남은 과제는 한 가지다. 연구실과 실증포의 숫자를 농가 현장의 감축으로 연결할 제도와 시장을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