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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지는 국내 지진, ‘안전’ 넘어 ‘환경 재난’으로 봐야 한다

이청원 · 2026.02.27

잦아지는 국내 지진, ‘안전’ 넘어 ‘환경 재난’으로 봐야 한다

국내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지진이 이어지면서, 지진을 ‘구조물 붕괴’ 중심의 안전 이슈로만 다뤄선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규모 지진이라도 지반이 약한 지역, 비가 잦아 토양이 포화된 시기에는 산사태·지하수 오염·하천 탁수 증가로 번지며 환경 피해를 키울 수 있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2월 15일 새벽 경기 연천군 북북동쪽 4km 지점에서 규모 3.0, 깊이 9km의 지진이 발생했다. 인근 지역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같은 달 19일에도 강원 삼척(규모 2.5), 제주 제주시 동쪽 32km(규모 2.2) 등 규모 2점대 지진이 기록됐다.

지진 빈도 자체는 ‘대폭 증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기상청이 25일 발간한 ‘2025 지진연보’에 따르면 2025년 한반도 규모 2.0 이상 지진은 79회로,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횟수보다 환경 취약성과 복합재난 조건이다. 지진은 강우·해빙기 지반 약화, 노후 인프라, 산지 개발과 맞물릴 때 피해 양상이 달라진다.

환경 측면에서 가장 큰 경로는 ‘사면 붕괴’다. 연구들에 따르면 강우로 지하수위가 상승해 사면이 포화된 상태에서는 작은 지진에도 산사태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산사태는 단순 토사 유출을 넘어 하천을 탁하게 만들고, 상수원 취수장 운영을 어렵게 하며, 저수지·하천 생태계에 충격을 준다. 산지 태양광, 임도, 절개지 등 인공 지형이 많은 지역에선 위험이 더 커진다.

‘오염사고’도 사각지대다. 지진으로 공장 배관, 저장탱크, 하·폐수처리장, 매립장 차수시설이 손상되면 유해화학물질·침출수·미처리 오·폐수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지진 직후엔 시설 점검과 복구가 우선되지만, 실제로는 누출이 지연 발견되거나 우수관로를 타고 하천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환경 재난은 한 번 발생하면 정화에 장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

대책은 ‘경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지진 취약지역에서 하천·댐·정수장·폐수처리장·매립장 같은 환경기초시설을 대상으로 내진성능 재평가와 우선 보강 로드맵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산사태는 지진과 강우가 결합할 때 급격히 커진다. 지자체는 지진 발생 시 사면·계곡부 위험구간을 즉시 점검하는 프로토콜을 만들고, 토사 유출이 상수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은 차단·우회 취수 같은 운영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산업단지와 화학물질 취급시설은 지진 발생 뒤 ‘안전 이상 없음’ 발표에 그치지 말고, 누출 감지·수질 모니터링 결과를 신속히 공개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지진은 막을 수 없지만, 환경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국내 지진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경우가 많다고 안심하는 순간, 작은 균열이 산사태와 오염사고로 이어져 지역 생태계와 주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지진 대응의 무게중심을 구조물 안전에서 **환경 리질리언스(회복력)**까지 넓히는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