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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 고체연료화, 폐기물 해법인가 또 다른 오염원인가

고질적 난제로 꼽혀온 가축분뇨를 에너지 자원으로 돌리는 고체연료화사업이 해법과 위험을 함께 안은 채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퇴비·액비 중심 처리의 한계를 넘는 대안으로 고체연료화를 밀고 있지만, 환경 부담을 다른 형태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쟁점은 분명하다. 가축분뇨를 덜 버리고 더 태우는 방식이 과연 전체 환경부담을 줄이느냐다.
가축분뇨 고체연료화는 분뇨를 건조·성형해 연료로 바꾼 뒤 발전이나 열원으로 쓰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 사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기존 퇴비·액비 처리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경지면적은 줄고, 양분 과잉 문제는 커졌으며, 악취와 비점오염원 관리 부담도 누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체연료화는 토양 살포 부담을 줄이고 처리 경로를 다변화하는 수단으로 부상했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가 2025년 8월 공동기획단을 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 측면의 장점은 적지 않다. 정부는 가축분뇨를 퇴비·액비로 뿌리는 방식과 견줘 고체연료화가 온실가스 감축, 수질 개선, 악취 저감, 안정적 재생에너지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분뇨를 농경지에 반복 투입하는 대신 에너지로 전환하면 양분 과잉과 유출 위험을 낮출 여지가 있다. 축사와 퇴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부담을 줄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입 화석연료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정책 추진의 명분이다.
하지만 연료가 되는 순간 새로운 환경 검증이 필요해진다. 가장 큰 우려는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기존 자료에는 대기오염방지시설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태울 경우 일산화탄소, 염화수소,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배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분뇨를 태우는 시설의 성능, 배출저감 장치, 연료 품질 관리가 허술하면 악취와 수질 문제를 줄이는 대신 대기오염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연료 품질 문제도 핵심 변수다. 가축분뇨는 수분이 많고 성상이 일정하지 않아 안정적인 연소를 위해 추가 건조와 보조원료 혼합이 필요하다. 정부가 2025년 말 발열량 기준을 완화하고 비성형 방식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본 것도 현장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기준 완화는 양날의 검이다. 산업계에는 진입장벽을 낮추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저품질 연료 유통과 배출 변동성 확대를 막을 더 촘촘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염소 등 부식 유발 성분과 회분, 수분 관리가 부실하면 설비 안정성과 배출 저감 모두 흔들릴 수 있다.
사업의 탄소효과도 단순 계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분뇨를 연료로 바꾸려면 건조 설비와 운송, 저장 과정에 적지 않은 에너지가 든다. 현재 수분 기준이 엄격해 생산 과정의 비용과 에너지 투입이 크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26년에는 수분 50% 미만 고수분 연료의 시험연소까지 검토되고 있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평가하려면 연소 단계만이 아니라 건조와 운송, 보조원료 사용까지 포함한 전 과정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연소 뒤 남는 재 처리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가축분뇨를 태웠다고 해서 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회분과 잔재물 관리가 미흡하면 또 다른 폐기물 문제로 되돌아올 수 있다. 토양 환원 부담을 줄이겠다는 사업이 재의 처리 기준과 활용 방안 없이 확대되면 순환경제의 이름으로 처리 책임만 뒤로 미루는 셈이 된다. 고체연료화가 진짜 친환경 사업이 되려면 생산부터 연소, 배출, 잔재물 처리까지 전 주기 관리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가축분뇨 고체연료화사업의 환경 영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관리 수준에 달려 있다. 퇴비·액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에너지화라는 이름만으로 친환경성을 선점할 수도 없다. 해법은 명확하다. 배출허용기준 강화, 실증 데이터 공개, 전 과정 탄소평가, 회분 처리 기준, 주민 수용성 검증이 함께 가야 한다. 가축분뇨를 에너지 자원으로 바꾸는 일은 가능하다. 다만 그것이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연료화가 아니라 관리의 정밀도에서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