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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에 2540억 투입…순환경제 전환, ‘처리’ 넘어 ‘원료화’로 가야 한다

이청원 · 2026.03.13

정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에 2540억 투입…순환경제 전환, ‘처리’ 넘어 ‘원료화’로 가야 한다

정부가 폐플라스틱 등 폐자원을 다시 원료와 자원으로 되돌리는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국내 자원정책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폐기물 처리에서 순환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K-순환경제 리본 프로젝트’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2027년부터 7년간 254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버려진 자원을 다시 산업의 투입재로 만드는 데 있다. 폐플라스틱, 사용후 배터리, 폐전자제품 같은 폐자원을 고품질 순환원료로 전환하고, 희토류 등 유가자원 회수 기술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재활용을 단순 처리비 절감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탄소감축,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산업으로 보겠다는 뜻에 가깝다. 정부도 올해 자원순환 정책에서 물질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을 확대하고, 열분해 활성화와 미래 폐자원 회수체계 구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순환경제 측면에서 이번 정책은 의미가 분명하다. 한국의 기존 자원 구조는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 성격이 강했다. 폐플라스틱은 분리배출 단계에서 품질이 떨어지고, 재생원료는 가격과 품질 경쟁에서 virgin 원료에 밀리기 일쑤였다. 이런 구조에선 재활용률 수치가 올라가도 실제 산업 안에서 자원이 다시 순환하는 비율은 높아지기 어렵다. 정부가 올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으로 전환하고, 물질·화학적 재활용 지원을 열적 재활용보다 우대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이런 한계를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다만 대규모 예산만으로 순환경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기술 개발이 곧 시장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의 병목은 기술 못지않게 수거·선별·표준화·판로에 있다. 배출 단계에서 혼합·오염이 반복되면 고도 재활용 기술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재생원료 품질 기준과 인증, 공공조달 연계, 민간의 장기 구매계약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연구개발 성과는 실험실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물질흐름 분석 시스템 구축, 재생원료 인증제 관리, 종합정보시스템 마련을 추진하는 것도 결국 기술과 시장 사이의 단절을 메우기 위한 장치다.

관건은 ‘얼마를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순환시킬 것인가’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수거된 폐기물을 다시 태우지 않고, 다시 제품과 원료로 연결할 때 순환경제 효과가 커진다. 따라서 정책은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생산 단계의 에코디자인, 재생원료 의무 사용 확대, 산업단지 내 공정부산물 순환이용 규제완화, 해외직구 포장재 같은 사각지대 관리까지 촘촘하게 이어져야 한다. 정부도 올해 한국형 에코디자인 도입과 산업단지 공정부산물 순환이용 특례, 해외직구 플랫폼에 대한 재활용 의무 부여 방안 마련을 예고했다.

순환경제는 재활용 설비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버려진 자원이 다시 원료가 되고, 그 원료가 다시 시장에서 쓰이는 구조를 만드는 산업정책이다. 정부의 이번 투자가 성과를 내려면 폐기물 행정과 산업정책, 탄소정책이 한 축으로 움직여야 한다. 폐플라스틱 문제를 처리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 안보와 제조업 경쟁력의 문제로 다루는 전환이 뒤따를 때, 이번 2540억원은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순환경제 체질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