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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력수요 낮으로 이동…전기요금 개편, 탄소 배출 줄일 수 있나

정부가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은 저녁 시간대 전력 수요를 줄이고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로 산업 전력 사용을 유도하는 전기요금 개편을 검토하면서 환경적 효과와 산업계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에너지 당국은 최근 전력 수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간대별 전기요금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핵심은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낮추고,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저녁 시간대 요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의 전력 수요는 오후와 저녁에 집중되는 구조다. 특히 해가 진 이후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가동률이 크게 올라간다. 반면 낮 시간대는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지만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아 발전량 일부가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안은 이런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낮 시간대 전력 가격을 낮춰 산업계가 공정 가동이나 전력 사용을 해당 시간대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반대로 저녁 시간대 전력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여 화석연료 기반 발전 가동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환경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태양광 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낮 시간대 전력 사용이 늘면 석탄과 LNG 발전 가동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력 부문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태양광 발전이 많은 시간에 전력 수요를 맞추면 출력 제한(커테일먼트)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수요 부족으로 태양광 발전을 강제로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요를 낮 시간대로 이동하면 재생에너지 활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한다. 철강, 반도체, 화학 등 일부 산업은 공정을 시간대별로 쉽게 조정하기 어렵다. 생산 공정 특성상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요하거나, 가동 시간 변경이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은 요금 형평성이다. 저녁 시간대 전력요금이 올라가면 중소기업이나 전력 사용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업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산업계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개편이 탄소 감축 정책으로 기능하려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요금만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산업 구조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확대, 스마트 공장 구축, 수요 반응(DR) 시장 활성화 등과 결합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전력 소비 패턴 변화가 재생에너지 확대 시대의 핵심 과제가 됐다고 평가한다. 공급 중심 전력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 구조까지 함께 바꾸지 않으면 탄소 감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전기요금 개편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구조 개편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지 정책 설계의 정교함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