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중간이 사라졌다”…고물가 속 유통시장 ‘양극화’ 심화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유통 시장의 중심축이었던 ‘중간 소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을 추구하던 소비층이 줄어들고, 대신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가 소비와 초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실속 소비로 양분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지출 항목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는 과감히 돈을 쓰는 대신, 그 외 영역에서는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선택적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른바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가 소비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명품과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매를 넘어 ‘자기 보상’과 ‘정체성 표현’의 수단으로 소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생활필수품과 일상 소비 영역에서는 초저가 매장과 대형 할인점, 균일가 숍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식료품, 생필품 등 반복 구매 품목에서는 가격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으며, 할인 행사나 대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처럼 중간 가격대 제품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기존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가 브랜드들은 정체되거나 축소되는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는 각각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반대로 초저가 라인을 확대하는 등 생존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과 실질 소득 정체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양분화된 소비 습관’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유통 시장은 더 이상 ‘중간 가격대’에 의존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명확한 타깃 전략과 차별화된 가치 제안을 통해, 양극화된 소비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