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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연결의 필수 인프라, 서해안 HVDC 구축의 환경적 과제와 기회

이청원 · 2026.05.22

재생에너지 연결의 필수 인프라, 서해안 HVDC 구축의 환경적 과제와 기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40GW에서 100GW로 확대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바로 서해안 초고압 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사업이다. 호남 지역의 풍부한 해상풍력(20GW 규모)과 태양광 자원을 수도권으로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신해남∼태안∼서인천과 새만금∼태안∼영흥 구간에 총 620㎞의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2036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HVDC 기술은 환경친화적인 전력 송전 방식이다. 기존 교류(AC) 방식 대비 장거리 송전 시 전력 손실이 대폭 줄어들며, 특히 해저 케이블 송전 시 중요한 장점을 가진다. 전력손실 감소는 곧 같은 양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변동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HVDC는 교류 송전방식의 문제인 전자파 발생을 억제하며, 무선주파수 간섭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 620㎞에 달하는 해저케이블 포설 과정에서 해저층이 교란되면 저서 생물(바닥에 사는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특정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먹이사슬의 균형을 파괴하고 해양 생물 다양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해는 갯벌, 조간대, 아암 생태계가 발달한 생물 다양성 높은 지역으로, 세밀한 환경 영향 평가가 필수적이다.

HVDC 해저케이블의 운영 단계에서도 환경 고려가 필요하다. 전력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회유성 어류의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자기장에 민감한 철갑상어, 뱀장어, 참치 등의 해양 생물 이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열도 국소적 수온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 환경 영향 평가에서 해양 생물의 생리적 반응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긍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HVDC를 통한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송전은 전체 전력 시스템의 탄소 배출을 대폭 감소시킨다. 호남 지역의 20GW 규모 해상풍력이 수도권까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다. 이는 대기 오염 저감, 산성비 감소, 그리고 해수 온난화 완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 보호에 기여한다.

환경친화적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케이블 포설 경로 선정 시 해양 보호구역과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둘째, 포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저층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해양 생물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여 전자기장의 실제 영향을 장기간 추적하고 필요시 보완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넷째,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케이블 포설로 인한 서식지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국제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유럽과 미국은 HVDC 프로젝트 추진 시 상세한 환경 영향 평가와 주민 참여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는 어류 회유 통로 보전, 음파 감지 센서 설치, 투명성 있는 데이터 공개 등을 통해 환경과 산업을 조화시키고 있다.

서해안 HVDC 구축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본래의 목표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해양 생태계 보호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 기업, 시민 사회가 함께 세밀한 환경 관리와 생태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추진한다면, 환경과 경제가 모두 성장하는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