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X
머니로직의 종말...이제 ‘살림셀’로 기후·AI 복합위기 돌파해야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기후위기로 인해 물과 전기, 식량 공급망이 한순간에 끊기면 도시 문명은 곧바로 지옥이 됩니다. 이윤 극대화만 좇던 자본주의의 ‘머니로직(Money Logic)’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제는 에너지와 자원을 스스로 자립하는 분산형 공동체, 즉 ‘살림셀(Salim-Cell)’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1990년대 ‘아래아한글’ 신화를 쓰며 대한민국 벤처 1세대(당시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이끌고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하진(69) SDX재단 이사장의 눈빛은 매서웠다. 그는 이제 첨단 기술의 최전선이 아닌,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사수하는 ‘기후 전도사’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신간《돈이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때》를 통해 ‘살림로직’이라는 문명 진단서를 세상에 던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조각탄소시장 얼라이언스’까지 발족하며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 감축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전하진 이사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전략을 들었다.
Q. 2015년 출범 이후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SDX재단으로 재출범한 지 어느덧 5년 차를 맞았습니다. 최근 출간한 저서와 언론 기고를 통해 ‘살림로직’과 ‘살림셀’을 강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지금 인류는 기후위기, AI 혁신, 그리고 극심한 불평등이라는 세 가지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를 지배해 온 공식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더 많이 소비한다’는 머니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고갈시키고 온실가스를 폭발적으로 늘려 공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기후 대재앙 앞에서는 인간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우리 고유의 사상에서 착안한 ‘살림로직’입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최소한의 삶의 단위가 바로 ‘살림셀(Salim-Cell)’입니다. 살림셀은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 단위에서 에너지·식량·자원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며 자립하는 소규모 분산형 공동체를 뜻합니다. 중앙집중형 거대 시스템에만 의존하던 기존 도시 구조를 분산형 자립 구조로 쪼개야만 기후 충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Q. 지난달 국회에서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 전략 포럼’을 개최하고 ‘조각탄소시장’이라는 개념을 선포하셨는데 다소 생소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존 배관망이나 규제적 탄소시장(CCM)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갑니다. 할당량을 주고 못 채우면 벌금을 매기는 방식이죠. 하지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해야 하는 국가적 목표(NDC)를 달성하려면 대기업 규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희 SDX재단이 주목한 것이 민간과 중소기업, 심지어 개인까지 참여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이자 ‘조각탄소시장’입니다. 개인이 아파트 옥상 태양광 설비나 농가 히트펌프를 통해 미미하게나마 탄소를 줄이면 이를 ‘조각탄소인증제도(MCI)’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인증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인증된 ‘조각 탄소크레딧’은 배출권 시장에서 자산으로 거래됩니다. 즉, “개인도 탄소를 줄이면 돈을 버는 세상”을 만들어 민간의 자발적인 기후행동을 대규모로 이끌어내자는 취지입니다.
Q.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도 규제 개혁에 앞장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도 에너지를 관장하는 지경위 소속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분산에너지나 기후테크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 풀어야 할 규제는 무엇입니까.
법안 몇 개 고치는 수준의 미시적 접근으로는 안 됩니다. 입법부의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에너지 주권의 전환’입니다. 개인이 가정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웃과 한전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p2p로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관련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합니다. 둘째는 ‘공간 규제의 혁신’입니다. 새로운 자립형 공동체 모델이 실험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살림셀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미래형 삶의 터전을 법적으로 허용해 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가로막지만 않으면 민간과 시장은 무섭게 움직입니다.
Q. IMF 시절 대한민국 IT 벤처 붐을 주도하셨던 주역으로서 지금의 기후위기 국면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 15년 만에 인류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습니까? 기후테크도 똑같습니다. 지금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데 세상에 없던 파괴적인 혁신의 기회는 전부 ‘기후테크’에 몰려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유일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디지털 기술력과 제조 인프라를 갖고 있어 기후테크를 시험하고 완성할 최적의 테스트베드입니다. 벤처 1세대의 경험으로 확신하건대 규제를 혁파하고 민간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웅크려 있던 우리 기후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탄소중립의 주역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그 마중물 역할을 SDX재단이 끝까지 해내겠습니다.
<SDX재단은>
SDX재단(Sustainable Development eXchange)은 2015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처음 설립됐다. 초기에는 판교에 혁신문화를 조성할 목적으로 'K밸리재단'으로 설립됐다. 그 후 새로운 삶과 삶터를 만드는 ‘에스라이프재단’으로 변경되었다가 기후위기 대응과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2021년 3월 현재의 ‘SDX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금의 기후·에너지 행동 플랫폼으로서 새롭게 출범했다.
출처 : 산경e뉴스
링크 : https://www.ske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