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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있다…재선충병, 생태계 붕괴의 신호

이청원 · 2026.07.31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있다…재선충병, 생태계 붕괴의 신호

한반도의 상징이자 문화유산의 정수인 소나무 숲이 재선충병이라는 눈에 띄지 않는 敵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177만 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죽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107만 그루에서 2024년 90만 그루로 줄었다가 2025년 149만 그루로 다시 치솟은 뒤 올해 최악으로 확대된 것이다. 치료약이 없는 불치병, 재선충병이 환경에 미치는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재선충병의 가장 직접적인 환경 피해는 산림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다. 감염된 소나무는 1쌍의 선충이 20일 후 20만 마리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식하며, 나무의 수분과 양분 이동통로를 완전히 차단한다. 한 번 감염되면 3개월 내 확실한 죽음을 맞이한다. 현재 경남 밀양시, 경북 포항시·경주시·안동시 등 영남의 극심 지역에서는 70~80%의 소나무가 이미 감염됐거나 고사한 상태다.

소나무는 한반도 생태계의 축이다. 숲의 구조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아래 생존하는 수천 종의 생물들이 소나무에 의존하고 있다. 소나무 숲에서 서식하는 곤충, 조류, 포유류 같은 동물들이 먹이 사슬의 중심을 이루고, 토양 미생물들이 영양순환을 담당한다. 소나무가 대규모로 죽으면 이 모든 생물다양성 네트워크가 붕괴된다. 일본의 사례가 참고가 된다. 100년 동안 재선충과 싸운 일본은 결국 패배를 인정했고, 현재 전체 수목 중 소나무 잔존율이 5% 내외로 떨어졌다.

재선충병의 환경 파괴는 눈에 띄는 현상들로도 이어진다. 소나무 고사목이 증가하면서 산사태와 토양 침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뿌리계통이 붕괴되고 낙엽층이 사라지면 빗물이 직접 토양을 침식시킨다. 특히 경사진 산지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재선충 극심지역 인근에서 산사태 관련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폭우가 내릴 때마다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화유산 소나무 숲의 훼손이다. 경주의 불국사, 석굴암, 남산 유적지 주변은 대부분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려면 그 배경이 되는 자연경관 보존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 경주 국립공원과 남산 문화유산지구까지 재선충 감염이 확대되고 있다. 미래세대가 우리 문화유산을 제대로 된 자연경관 속에서 경험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나무 하나가 죽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경관이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재선충병 확산은 기후변화와 악순환을 형성한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는 따뜻한 환경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평균 기온 상승으로 하늘소의 우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활동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2050년대에는 인천과 충청도의 하늘소 서식지 적합성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소나무 숲이 축소될수록 탄소 흡수원이 감소하고,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산림 생태계 붕괴는 수질 오염으로도 이어진다. 소나무 숲이 있던 지역에서 숲이 사라지면 빗물을 정화하고 천천히 흘러보내던 자연 수로가 없어진다. 빗물이 직접 토양에 침투하면서 오염 물질을 함께 실어 낸다. 특히 상수도 정수장 인근 소나무 숲이 재선충으로 죽으면 먹는 물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현재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경남과 경북의 극심 지역에서는 더 이상 방제가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포항 경주 밀양 등지에서는 감염이 광범위하고 구석구석 깊이 퍼져 있어서 기존의 베어내기, 수간주사 같은 방제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는 향후 몇 년 안에 이 지역들의 소나무 숲이 대부분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산림청은 국가방제벨트 구축, 수종전환 방제 확대, 내병성 품종 개발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감염된 지역의 환경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소나무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어도 몇십 년이 걸려야 비로소 원래의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산림 생태계의 급격한 위기 속에서 대책의 시간 제약성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