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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끓으면 식탁이 흔든다"…폭염이 비틀어 놓는 해양 먹이사슬

올여름 한국의 식탁은 예상 밖의 시련을 맞고 있다. 폭염이 바닷물 온도까지 밀어 올리면서 국민 횟감인 광어와 우럭 양식장에서 대량 폐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수산물 가격 상승을 넘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양식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수온은 26.3도로 최근 30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무려 2.75도 높은 수치다. 더 심각한 것은 고수온이 평년보다 2주가량 빨리 찾아왔다는 점이다. 우럭의 한계수온인 28도, 광어의 한계수온인 29도에 근접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어민들의 선택지는 극도로 좁혀지고 있다.
광어는 1kg당 1만9000원, 우럭은 1만5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50% 이상 폭등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일대 8곳 양식장에서만 조피볼락(우럭) 2만1000마리가 폐사했고, 완도 일대 6곳 양식장에서는 넙치 5만3000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우럭 319만 마리를 긴급방류하고 있으며, 이는 역대 최고물량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의 신호라고 지적한다. 좁은 가두리에 밀집된 양식 어류들은 자연 적응 능력이 없다. 폐쇄된 환경에서 산소 부족, 높은 수온 스트레스에 동시에 노출되면 질병까지 확산되기 쉽다. 현재 한국의 양식업은 천연자원 고갈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계절 변화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로 남아있다.
지난해 전국 어류 폐사의 70% 이상이 우럭이었던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경에 약한 한 종(種)에만 의존하는 양식 시스템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어민들 사이에서 고수온에 강한 대체 어종 개발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해수 순환여과식 육상양식장 확대, 스마트 양식 기술 보급 등 기후 변화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다르다. 환경 전문가들은 과도한 양식 밀도 조정, 생태 다양성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양식 시스템 전환을 강조한다. 인공 환경에서 자연의 변화에 무리하게 저항하기보다, 변화하는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여름의 횟감 값 폭등은 단순한 물가 문제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바다의 온도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맞춰 양식 산업 체질을 개선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