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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폭염이 자연의 균형을 바꾸다...여름 모기 개체 수 급감의 숨은 의미

경북 포항의 낮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는 극한 폭염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자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년 여름철 인류를 괴롭히던 모기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언뜻 반가운 소식으로 보이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한 생태계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극한 폭염이 만든 모기 개체 수 감소는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지구 생태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모기의 활동 최적 온도는 25도에서 30도 사이다. 하지만 32도를 넘어가는 폭염에서는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한다. 포항과 경산 지역의 38도 극한 폭염은 모기에게 생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서울시 모기 발생지수도 지난해 7월 3단계 '주의'·'불쾌' 수준에서 올해 2단계 '관심' 수준으로 급락했다. 모기 활동지수도 100에서 44.2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강원도 지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강원특별자치도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4~6월 춘천에서 채집한 한국 숲모기는 2024년 398마리에서 2025년 361마리로 감소했다. 일본뇌염모기는 더욱 급락해 2024년 5,625마리에서 2025년 2,227마리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모기 개체 수 감소의 근본 원인은 극한 폭염과 마른장마의 치명적 조합이다. 모기는 번식을 위해 물을 필수로 한다. 그런데 올해는 6월 초부터 강수량이 급격히 줄었다. 강원도 영서 지역의 6월 강수량은 113.3㎜에 불과했으며, 영동 지역은 평년 대비 38.8% 수준인 51.8㎜에 그쳤다. 이어진 폭염은 남은 수분까지 빼앗아 모기가 산란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제거해버렸다.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지 않고 폭염이 계속돼 모기 산란과 생존에 필요한 환경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극한 폭염은 모기를 직접 죽이는 것뿐 아니라 번식의 기초를 완전히 파괴한 것이다.
모기 개체 수 급감은 단순한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모기와 그 유충인 장구벌레, 보우투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속의 모기 유충은 물고기와 수생곤충의 주요 먹이원이다. 모기 개체 수 감소는 물 생태계 전체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강원도 처럼 청정 수계가 풍부한 지역에서의 모기 감소는 담수 생태계 먹이사슬 단절을 의미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신호는 가을 모기의 극성이다. 올해처럼 여름 무더위가 길어지면 모기의 활동 시간도 뒤로 밀린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채집한 모기는 5만3971마리로 8월(5만3932마리)보다 더 많았다. 2023년도 7월(5만5556마리)·8월(5만3765마리)보다 9월(6만2825마리) 모기 포집량이 훨씬 많았다. 여름 번식을 미친 모기들이 가을에 급증하는 '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구 기후변화다. 극한 폭염과 마른장마의 조합은 작년이나 재작년이 아니라 올해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기후 변동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모기 개체 수는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생물이다. 모기 감소는 표면적으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증상'일 뿐 '원인'이 아니다. 극한 폭염이 만든 생태 변화는 더 큰 환경 문제의 신호탄이다. 동식물 생태계의 연쇄적 변화, 농작물 피해 확대, 감염병 매개 생물의 변화 등 모두 모기 감소와 맞닿아 있다. 포항의 38도 폭염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극한 폭염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탄소 감축 노력 없이는 생태계 균형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