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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전력 딜레마', 반도체·데이터센터의 탄소중립 과제

이청원 · 2026.08.28

AI 시대의 '전력 딜레마', 반도체·데이터센터의 탄소중립 과제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첨단산업의 에너지 문제가 기후위기의 새로운 병목이 되고 있다.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들거나 챗GPT 한 번의 질의응답을 처리하는데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지만, 동시에 이 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100%(RE100) 이행이라는 환경 규제에 직면해 있다. 이 모순된 요구 속에서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데이터센터, AI, 암호화폐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1,000테라와트시(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의 2배 규모다. 전체 전력 사용량 중 데이터센터 비중은 2022년 2.1%에서 2026년 4.4%로 약 2배 증가하고, 2030년에는 10.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3년 5테라와트시에서 2027년 14.8테라와트시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연간 전력 사용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AI 수요로 인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6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의 GPU 칩이 소비하는 전력도 상당하다. 고성능 반도체가 수천~수만 개 집적된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에만 전력의 30~50%가 소모된다. 물 소비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IT 기업 5곳(네이버·카카오·삼성에스디에스·엘지씨엔에스·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2024년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은 22억 4,400만리터로, 광주·대전시의 연간 물 사용량(16억리터)을 넘어선다.

삼성전자는 2027년 해외 반도체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SK하이닉스도 이미 중국 거점에서 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RE100 목표를 공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주요 IT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겨우 6%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연간 총량이 아니라 '24시간 매 순간'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이다. 수요가 변동하는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과 소형원전 기업과의 장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도 카이로스파워와 500메가와트(MW) 규모의 소형원전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규모는 수십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 AI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빨리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전기로 어디에 구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재생에너지 의무화와 지역 분산 전략, 그리고 에너지 효율 기술이 함께 작동할 때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