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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의 역할,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 포장의 중심으로 거듭나다

이청원 · 2026.08.27

골판지의 역할,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 포장의 중심으로 거듭나다

전 세계가 탈(脫)플라스틱 시대를 맞이하면서 유통·물류의 필수재인 골판지와 종이 포장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재활용 가능한 종이 포장재는 단순한 배송 용기를 넘어 순환경제 실현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친환경 종이·펄프 포장재 수요는 2020년과 비교해 최근 평균 4~5배 증가했다. 2022년 기준 국내 포장산업 시장 규모가 53조원인 가운데, 친환경 포장재 부문은 가장 빠르게 확대되는 영역이다. 신세계 L&B의 와인, 마켓컬리의 배송 상자, 구미 설명한의원의 한약 봉지까지 점차 다양한 영역에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재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골판지가 친환경의 현실적 대안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완벽한 재활용 가능성이다. 종이 포장은 재활용 과정에서 펄프로 환원되어 새로운 포장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둘째, 탄소 감축의 효율성이다. LG유플러스는 친환경 포장재 도입 이후 8톤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했다. 셋째, 자연에 대한 영향 최소화다. 플라스틱과 달리 생분해 가능해 해양 오염과 토양 오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 경쟁력이다. 친환경 종이 포장재는 여전히 플라스틱 제품보다 비싸 기업들의 채택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규제 환경의 강도도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감축을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과일과 채소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전면 금지한다. 반면 국내는 2022년 자원재활용법을 시행했지만 실효성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울대 윤혜정 교수는 "플라스틱 저감 정책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제지업계에 개발비 지원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폐기물 관리에서 벗어나 자원 순환이라는 관점으로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과제 앞에서 골판지는 더 이상 배경 역할에 머물 수 없다. 완벽한 재활용성과 생분해성을 갖춘 골판지 상자가 유통·물류 산업의 필수재로서 친환경 순환경제의 주춧돌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지속가능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