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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평탄화'의 두 얼굴: 강남은 세금에 팔고, 외곽은 전세에 산다

정원연 · 2026.10.19

'집값 평탄화'의 두 얼굴: 강남은 세금에 팔고, 외곽은 전세에 산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방향보다 더 주목할 지점은 누가 집을 팔고 누가 사는가다.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상반된 두 힘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권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외곽 지역에서는 높은 전세가격이 실수요자를 매수로 내몰고 있다. 가격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오히려 평탄해지는 이른바 '집값 평탄화' 현상의 이면에는 이런 엇갈린 수급 구조가 있다.

강남권 고가 주택은 가격이 높은 만큼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이 크다. 공시가격 상승이 세금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다주택자나 고가 1주택자는 보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고려하게 된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중과 같은 거래 관련 세금이 맞물리면 실제 거래는 사실상 '보유에서 매도로' 방향을 튼다. 시장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더라도 매물이 늘면 가격 상승 탄력은 둔화된다. 즉 강남의 매도 물량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름세를 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반면 외곽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이 매수 전환을 자극한다. 전세 보증금이 오르면 세입자는 같은 돈으로 더 나은 주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쪽을 택하게 된다. 특히 전세 물건이 부족하고 임대료 인상 부담이 커지면, 매매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지로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외곽의 매수 수요가 살아나며, 강남의 매도 물량이 흡수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같은 흐름은 전체 시장으로 보면 가격 급등과 급락이 완화되는 평탄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평탄화의 내부는 균일하지 않다. 강남은 세금 부담으로 물량이 빠져나가며 상승이 억제되고, 외곽은 전세 부담으로 수요가 유입되며 가격이 지지된다. 결국 지역별 자산 가치 격차가 조정되기보다 서로 다른 압력이 상쇄되며 겉으로만 안정돼 보이는 상황일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보유세 강화는 강남의 매물 출회를 촉진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 매물이 외곽 전세 수요와 맞물리는 방식은 정책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세 시장 안정 없이 세금만 강화하면 외곽 매수 쏠림이 가속될 우려가 있으며, 반대로 전세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외곽의 매수 압력은 지속된다. 두 축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평탄화는 일시적 봉합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