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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학습노트-베트남통치체제(9)

송덕호 · 2026.10.19

베트남학습노트-베트남통치체제(9)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공산당 1당 체제라는 점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겉으로 닮아 있다. 그러나 권력의 배분 방식, 1인 독재에 대한 경계심, 최고 지도자의 권한 범위에서 두 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을 1인이 모두 겸직하는 '삼위일체' 구조로 회귀했다. 집단지도체제는 형해화되었고 헌법상 임기 제한마저 폐지되어, 사실상의 절대적 1인 영수 체제가 고착화되었다. 반면 베트남은 역사 속에서 1인 독재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당 총서기,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의 '4대 기둥'이 권력을 분할하여 상호 견제하는 집단지도체제를 기본 골격으로 유지해 왔다. 비록 정국 변화에 따라 총서기가 국가주석을 일시 겸임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과도기적 수습으로 취급될 뿐 권력의 완전한 1인 장악으로 보지 않는다.

베트남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또 다른 핵심은 지역 안배의 불문율이다. 베트남은 통일 이후 남북 간 근본적 이질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도화된 지역 분점으로 전환했다. 북부 출신이 당의 이념적 정통성을 지키는 총서기를 맡고, 남부의 상업적 실용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 경제와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 자리를 맡으며, 중부의 군·경 인맥 대표가 남북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국가주석 또는 국회의장을 담당한다. 이러한 삼남(三南) 권력 분할은 단순한 정치적 타협을 넘어 국가 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메커니즘인 셈이다.

중국의 파벌 정치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처럼 정치적 배경과 인맥, 당내 승계 경로 중심의 파벌이 충돌하고, 결국 가장 강한 세력이 권력 전체를 장악하는 구도다. 반면 베트남은 지리적 출신 지역을 기축으로 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특정 세력의 완전한 장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입법 기구의 실질적 역할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중국의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는 당 중앙의 결정을 무조건 승인하는 전형적인 거수기에 불과하다. 반대나 부결은 상상하기 어렵다.

베트남의 국회는 공산권 국가로서 이례적이다. 2000년대 이후 각료에 대한 실시간 TV 생중계 대정부 질의가 정착되어 장관들을 날카롭게 추궁하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신임투표제도 운영한다. 2010년 정부가 밀어붙인 560억 달러 규모의 남북 고속철도 건설안을 국회가 막대한 부채와 비효율을 이유로 부결시킨 사례는 중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베트남식 견제력이다.'

베트남의 국정 운영은 거시적 통제와 실무적 자율성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유지한다. 당이 대전략을 수립하면 정부가 시행령과 예산으로 신속히 구체화한다. 정부 관료에게는 일상 행정의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하지만, 중대 국책 사업은 반드시 각 부처 내 '당 간부위원회'를 거쳐 정치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방식은 당의 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행정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고도의 정치적 산물이다.

중국이 강력한 1인 중심의 위계와 통제력을 앞세운 '중앙집권적 통치 모델'이라면, 베트남은 권력 분점과 지역 안배, 제도적 견제 장치를 통해 체제의 극단화를 막아서는 '합의제 기반의 과두 지배 모델'이다. 두 나라 모두 공산당 일당 지배인 점은 같지만, 그 권력의 집중도와 분산 방식에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베트남이 보여주는 것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견제와 균형, 그리고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제도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정치학적 사례다.

송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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