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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기 시대의 새로운 해답, 워터 포지티브 사업

이청원 · 2026.05.29

물 위기 시대의 새로운 해답, 워터 포지티브 사업

글로벌 물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획기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사업이 그것이다. 단순히 물을 절약하는 것을 넘어,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양을 자연에 돌려보내는 이 개념이 환경친화적 산업 운영의 새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2021년 대만의 100년 만의 가뭄 사태는 물 위기의 심각성을 세계에 알렸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하루 약 10만 톤의 물이 필요한데, 가뭄으로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 기준으로 물 공급량 대비 수요가 4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물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수자원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워터 포지티브를 선언하며 실천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모든 글로벌 사업장에서 워터 포지티브 달성을 목표로 삼았고, 펩시코, P&G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워터 포지티브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적극화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체결한 협약은 글로벌 빅테크와 공공기관의 첫 본격적 파트너십이다. 양 기관은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상류에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물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사업을 통해 유입되는 비점오염원(부유물질, 질소, 인 등)을 약 30% 저감하며, 연간 약 34만 톤의 물을 자연으로 복원할 수 있다. 이는 100만 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에 해당한다.

환경부와 K-water는 지난 3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네이버 등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워터 포지티브 협력체'도 출범시켰다. 삼성전자는 이미 2030년까지 글로벌 용수 사용량 100% 환원을 선언했고,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이용하는 방식으로 연간 약 1억 7,300만 톤의 물을 확보할 계획이다.

워터 포지티브는 첨단기술을 통해 작동한다. 빗물 수집, 하수 재이용, 물 정화 기술 등을 활용해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자연으로 복원하는 수량을 극대화한다. 이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의 생산 활동이 지역 수자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워터 포지티브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사용량, 방류량, 복원량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산정기준, 국제 인증방식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기준을 설정하고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연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그럼에도 K-water와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은 물 위기 극복을 위한 민관 협력 모델의 선례가 되고 있다. 물은 모든 생명의 기반이자 공동의 자산이다. 기업이 쓴 물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 워터 포지티브 실현은 환경과 경제의 상생으로 가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