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비즈니스 기회

문화예술이 시계를 멈춘다…독서·음악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춘다

박윤석 VP · 2026.05.29

문화예술이 시계를 멈춘다…독서·음악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춘다

문화예술 활동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우리 몸의 생물학적 노화까지 늦출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노화의 혁신(Innovation in Aging)'에 게재한 이 연구는 독서, 음악 감상, 미술관·박물관 방문 같은 활동이 신체의 DNA 메틸화(노화 표지)를 변화시켜 노화 속도를 늦긴다는 과학적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UCL 데이지 팬코트 교수 연구팀은 영국 가구종단조사(UKLS)에 참여한 3,556명의 성인으로부터 수집한 혈액 검사 자료와 설문 응답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문화예술 활동 빈도와 다양성을 DNA 메틸화(DNA에 메틸 분자가 부착되는 과정)라는 화학적 변화와 비교했다. 이는 유전자 코드를 바꾸지 않으면서 생물학적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주 1회 이상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4% 더 느렸다. 월 1회 활동은 노화 속도를 3% 늦추었고, 연 3회 이상 활동은 2% 감소시켰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주 1회 이상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물학적 나이가 거의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평균 1년 어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효과는 신체활동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 1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 대비 약 6개월 어린 생물학적 나이를 보인 반면, 주 1회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1년 어린 것으로 측정되었다. 펜코트 교수는 "이 결과들은 생물학적 수준에서 예술의 건강상 영향을 증명한다"며 "운동과 같은 방식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건강을 증진하는 행동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에피지넷틱 시계(DNA 메틸화로 측정한 나이 변화)라는 최신 측정 기법을 사용했다. 특히 가장 최근 개발된 '듀네딘포에이엠'과 '듀네딘페이스' 두 개의 시계가 노화 속도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이를 통해 문화예술 활동의 노화 지연 효과를 명확히 입증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지난 1년간 노래 부르기, 춤추기, 그림 그리기, 사진 촬영, 공예 활동 등의 참여 빈도를 묻는 설문과 미술 전시회, 유산 유적지(기념물, 역사 건물 등), 박물관, 도서관, 아카이브 방문 등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흥미롭게도 다양한 종류의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단일 활동보다 더 큰 효과를 보였다. 팬코트 교수는 "각각의 문화예술 활동이 신체 활동, 인지 자극, 정서적 자극, 사회적 상호작용 같은 서로 다른 '재료'를 제공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들도 문화예술 활동의 건강상 이점을 증명했다. 활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염증을 낮으며 심혈관질환 위험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문화예술 활동이 제공하는 건강 이점은 금연과 흡연 사이의 차이만큼 극적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40세 이상의 중년층과 노년층에서 노화 완화 효과가 더 두드러졌음을 보여주었다. BMI, 흡연 여부, 교육 수준, 소득 등의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이러한 결과는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UCL의 '예술과 건강 협력 센터' 소장이기도 한 팬코트 교수는 지난 2019년 예술의 건강상 이점에 관한 WHO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는 수술 전 음악 치료와 치매 환자와의 예술 활동 같은 실제 의료 사례들을 통해 예술의 실질적 효과를 보여줬다. 이번 UCL 연구 결과는 문화예술이 단순히 여가나 정서적 만족을 넘어 신체의 생물학적 시간을 역행시키는 강력한 건강 도구임을 증명했다. 미래의 의료 정책과 개인의 건강 관리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