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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던 쓰레기'에서 '고가 원료'로, 열분해 기술이 열다

컵라면 용기와 고기·회 포장용 접시는 그간 '재활용 불가' 처분되어 왔다. 음식물 오염과 검정색·붉은색 같은 유색 재질로 인해 기존 기계적 재활용 방식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화학적 재활용 기술 '열분해'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범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서 순환경제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6월 1일부터 '폴리스티렌 페이퍼(PSP) 열분해 재활용 시범사업'을 전국 5개 권역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참여 기업도 지난해 4개사에서 올해 15개사로 증가했으며, 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제주권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 사업의 핵심은 기술혁신과 경제성의 결합이다. 회수된 폴리스티렌 페이퍼는 고온에서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열분해유'로 전환된다. 이 열분해유는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이후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되어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로 재탄생한다. 즉, 폐기물이 다시 플라스틱 생산의 원료로 순환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원유-나프타-플라스틱-폐기'라는 일방향 시스템을 '폐플라스틱-열분해유-나프타-플라스틱'이라는 폐쇄형 순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약 15.8톤의 폴리스티렌 페이퍼를 회수·재활용했으며, 올해 전국 확대로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원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 참여 기업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른 지원금을 회수·선별 및 열분해 단계에서 각각 받게 된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실적과 채산성을 점검해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초기 기술 확산 단계에서 기업의 경제성 확보를 보장하는 정책이다.
이번 확대는 국내 자원순환 정책의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페트병처럼 비교적 선별과 세척이 쉬운 품목 중심으로 재활용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오염도 높고 복합재질인 폐플라스틱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 역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기반 원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열분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 효율적인 수거·선별 체계, 경제성 확보가 필수다. 이번 전국 확대가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하면 재활용 사각지대에 머물던 폐기물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거듭나는 선순환 경제 구조가 본격화될 수 있다.